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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희의 행복한 100세]저성장-저금리시대, 재테크보다 절약이 먼저

입력 | 2015-07-07 03:00:00


저성장기에는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 등으로 성공하기가 쉽지 않다. 이럴 땐 지출을 줄여 나가며 절약하는 것이 우선이다. 동아일보DB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

“아니 돈 버는 방법이 아니고 웬 절약에 관한 책들이지?” 십몇 년 전 일본 출장길에 들렀던 도쿄의 서점에서 절약에 관한 책들이 놓여 있는 걸 보고 들었던 생각이다. 그런데 이게 일본만의 현상이 아니다. 십몇 년 지난 지금 국내 서점에서도 ‘여자의 습관’ ‘우아하게 가난해지는 법’ ‘120만 원으로 한 달 살아보기’ 같은 절약에 대한 책을 다수 발견할 수 있다. 선진국이 걸어간 길을 우리 사회도 그대로 따라가고 있는 것이다. 절약의 중요성이 그만큼 높아지고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물론 자산관리 강의를 하면서 절약에 관한 이야기를 하면 실망하는 표정을 짓는 분들도 많다. ‘재테크를 해서 재산을 늘릴 방법을 배우러 왔는데 절약하는 방법부터 생각하라니 그런 당연한 이야기를 왜 여기까지 와서 들어야 하는가’ 이런 표정이다. 고성장 시대의 사고방식, 고성장 시대의 체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도 그럴 것이 몇 년 전까지만 해도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0%대를 넘었다. 만약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0%라면 예금을 해서 한 달에 금리 수입이 100만 원이 필요할 때 예금이 1억2000만 원 있으면 가능했다. 또 고성장기에는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로 그 정도의 수익을 낸다는 게 그다지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그러나 저성장 저금리 시대에는 사정이 다르다. 우선 1년 만기 정기예금 금리는 2%에도 미치지 못한다. 6억 원의 정기예금이 있어도 한 달에 100만 원의 금리 수입을 얻을 수 없다. 또 저성장기에는 주식 투자, 부동산 투자로 성공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근로소득이나 사업소득 또한 자신의 노력만으로는 쉽게 늘어나지 않는다. 반면에 절약, 즉 지출을 줄이는 일은 하기에 따라서는 자기 의지대로 관리할 수 있다.

‘절약’이라는 전략은 중요한 투자 방법이기도 하다. 절약을 할 수 없다면 가장 투자 성과가 높은 투자 상품임을 알면서도 내다 버리는 것과 같다. 예를 들어 1만 원을 써야 할 일이 있을 때 9000원으로 그 일이 끝났다면 그 순간 그렇게 하지 못한 사람에 비해 10% 수익률을 높인 결과가 된다. 이것이 한 달 사이에 일어난 일이라면 연이율로는 120%의 수익을 올린 결과가 된다. 리스크를 지지 않고 이런 고수익을 낼 수 있는 금융상품은 어디에도 없다. 금리나 주가가 어떻게 움직이든 상관이 없다. 절약은 가장 확실한 자산 운용 방법인 것이다.

절약이 이렇게 효과적인 투자 방법임을 알고 있다고 해도 오랫동안 습관화된 생활수준을 낮추어 절약을 실행에 옮기는 데에는 상상 이상의 고통이 따른다. 이 때문에 생활수준을 낮추는 노력보다는 수입을 늘리는 방법, 그중에서도 단기 재테크로 생활비를 벌고 싶은 유혹에 빠지기 쉽다. 아직도 주위에서 보면 재산을 두 배로 늘리는 법, 세 배로 늘리는 법과 같은 황당한 내용의 재테크 서적이나 관련 강연에 많은 사람이 모여들고 있다. 그러나 책 한 권 읽고, 강의 한 번 듣고 재산을 두 배로 늘릴 방법을 찾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유감스럽게도 그런 방법은 없다고 봐야 할 것이다. 돈을 벌기는커녕 원금마저 날렸다는 이야기만 들려올 뿐이다.

서울에 와서 특파원으로 4년 동안 근무하고 귀국한 한 외국 언론인이 필자에게 남기고 간 말이 있다. “한국에 와서 4년 동안 근무하면서 보니 한국 사람들은 돈을 버는 방법, 즉 입구관리에 대해서는 쌍불을 켜고 열심인 것 같다. 그런데 나이가 60이 되었는데도 노후생활비를 충분히 마련하지 못했다면 그 사람은 주어진 형편에 맞추어 사는 노력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젊은 시절에 열심히 노력한 덕분에 노후생활비로 쓰고도 남을 만한 재산을 모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그 재산을 아름답게 쓰는 방법, 다시 말하면 출구관리에 대해서 더 많은 공부를 해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내가 본 한국 사람들은 입구관리에 대해서는 정말 열심인데 출구관리에 대해서는 너무나 공부가 되어 있지 않은 것 같다. 가정에서도, 학교에서도, 사회에서도 이런 교육을 하고 있지 않은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외국 언론인으로부터 이런 말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불쾌하면서도 또 한편으로는 얼마나 부끄러운 생각이 들었는지 모른다.

우리가 지난 30∼40년 동안 고성장 고금리 시대, 아주 특별한 시대를 살아왔기 때문에 우리는 의식하지 못하고 아낀다고 생각하는데 선진국 사람들의 눈으로 보면 낭비 요인, 거품 요인이 너무나도 많다는 것이다. 불필요한 생활용품, 과다한 교육비, 결혼비용, 경조사 등등…. 앞으로 이런 거품 요인, 낭비 요인을 줄이지 않고서는 행복한 노후를 맞이할 수 없다.

강창희 트러스톤자산운용연금포럼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