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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원오의 우리 신화이야기]人世차지 경쟁

입력 | 2015-07-04 03:00:00


서울 서초구 원지동 미륵불. 서울시유형문화재 제93호.

하늘땅이 생길 적에 거인 창세신 미륵신도 함께 생겨났다. 처음이라 조정하고 마련해야 할 일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하늘을 가마솥 뚜껑의 손잡이처럼 도드라지게 하고, 땅의 네 귀퉁이에 기둥을 세워 하늘과 땅을 갈라놓는 일부터 시작했다. 두 개의 해 중에 하나를 떼어 큰 별과 작은 별을 만들고, 두 개의 달 중에 하나를 떼어 북두칠성과 남두칠성도 만들었다. 이 산 저 산 넘어가고 뻗어가는 칡을 파내 껍질 벗겨 익혀내어 하늘 아래 베틀 놓고 구름 속에 잉아 걸어 칡 장삼도 만들었다.

‘생식(生食)만 하며 못 살겠다. 이번엔 물의 근본, 불의 근본을 내보자.’ 미륵은 풀메뚜기를 잡아 형틀에 올려놓고 세 차례 무릎뼈를 때려가며 물었다. “여봐라, 풀메뚜기야! 물의 근본, 불의 근본을 아느냐?” “밤이면 이슬 받아먹고, 낮이면 햇빛 받아먹고 사는 미물이 어찌 알겠습니까? 나보다 한 번 더 세상을 먼저 본 풀개구리를 불러 물어보십시오.” 그러나 풀개구리는 자기보다 두 번 더 세상을 먼저 본 생쥐를 잡아다 물어보라고 했다. “나에게 무슨 보답을 하시겠습니까?” 거래를 해보자는, 생쥐의 대답이었다. “세상의 모든 뒤주를 차지하게 해주겠다.” “그렇다면 가르쳐 드리지요. 금정산에 들어가 한쪽은 차돌이고, 한쪽은 무쇠인 돌로 툭툭 치면 불이 날 것입니다. 소하산에 들어가 샘물이 솔솔 솟는 것을 보면 물의 근본을 아실 것입니다.” 물과 불의 근본까지 알게 된 미륵, 마지막으로 인간을 점지하고 싶었다. 한 손엔 금쟁반을, 다른 손엔 은쟁반을 들고 하늘에다 빌었다. 금쟁반에 금벌레 다섯 마리, 은쟁반에 은벌레 다섯 마리가 떨어졌다. 그 벌레가 자라서 금벌레는 남자 되고 은벌레는 여자 되어 서로 부부의 연을 맺었다. 다섯 쌍의 ‘금벌레 남자’와 ‘은벌레 여자’ 부부, 그들 사이에서 세상 사람이 차츰차츰 태어나기 시작했다.

미륵신이 주관하는 인간 세상, 그 세상에서 사람들은 섬들이 말들이로 먹으며 태평세월을 보냈다. “네 세월은 다 갔으니, 이젠 내 세월을 만들겠다.” 난데없이 석가신이 내려와서는 미륵신의 세상을 빼앗으려고 했다. “내 세월을 빼앗으려거든 나와 내기를 하여 결정짓자. 이 더럽고 축축한 석가야!” 미륵신은 금병에 금줄 달고, 석가신은 은병에 은줄 달고 누구의 것이 오래 버티는지 내기를 했다. 석가신의 줄이 끊어졌다. 승복하지 않은 석가신, 내기를 한 번 더 하자고 했다. “강물을 먼저 얼게 하는 쪽이 이기기로 하자.” 미륵신은 동지제사를, 석가신은 입춘제사를 올렸다. 미륵신이 먼저 강을 얼렸다. 석가신은 이번에도 승복하지 않았다. “모란을 심어놓고 그 앞에 너와 내가 누워 있다가 내 무릎 위로 꽃이 피어 올라오면 내 세월이요, 네 무릎 위로 올라오면 네 세월이다.” 석가신은 도적과 같은 음흉한 생각을 품어 얕은 잠을 자고, 그렇지 않은 미륵신은 깊은 잠을 잤다. 밤이 되자 미륵신의 무릎 위로 꽃이 피어올랐다. 석가신은 미륵신의 꽃을 뚝 꺾어다가 자기 무릎 위에다 꽂았다. 사태를 파악한 미륵신, 석가신의 성화를 더 이상 받기 싫어 자기 세상을 석가신에게 넘겨주기로 하되 저주를 퍼부었다. “이 축축하고 더러운 석가야! 네 세월이 되면 집집마다 솟대 솟고 기생 나고 과부 나고 역적 나고 백정 나리라. 그런즉 말세가 된다.” 세상이 말세가 되는 이치는 간단하다. 그를 주관하려는 자가 자연의 이치에 무지하고, 생명을 무시하고, 속임수를 쓰면 된다. 구전신화 ‘창세가’가 주는 교훈이다.

최원오 광주교육대 국어교육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