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94년 7월 2일
케이블채널 tvN 인기드라마 ‘미생’은 대본을 집필하는 작가들이 실제 무역상사에 출퇴근하며 상사원들의 일상을 내밀히 들여다본 결과물이었다. 이 같은 체험은 드라마의 사실성을 높이면서 더욱 극적인 에피소드를 발굴하는 데 큰 힘을 준다. ‘미생’만이 아니라 수많은 드라마와 영화 등이 현실의 이야기를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옮기며 더욱 극적인 상황을 연출해 감동과 공감을 얻는다.
1994년 오늘, MBC 의학드라마 ‘종합병원’의 출연진과 제작진이 그 실제 모델들을 만났다. 이재룡, 전광렬, 신은경, 홍리나 등 ‘종합병원’ 주연들은 물론 연출자 최원석 PD, 최완규 작가가 오후 6시 서울 대학로 우당기념관에서 책 ‘종합병원 청년의사들’의 저자들인 의사들과 함께했다. 이날 격월간 ‘청년의사’ 창간 2주년을 기념하고 ‘종합병원 청년의사들’의 출판을 기념하는 자리였다.
‘종합병원 청년의사들’은 이왕준 서울대병원 일반외과, 조윤선 고려대 부속병원 일반외과 등 레지던트들이 혹독한 수련과정에서 겪은 에피소드와 의사로서 일상을 담은 책. ‘청년의사’의 편집진이기도 한 이들은 드라마 ‘종합병원’에 그 체험담을 에피스드로 제공했다.
또 ‘종합병원’의 대본을 쓴 최완규, 유현주 작가 등은 약 4개월간 서울 신촌세브란스병원에서 실제 인턴 및 레지던트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했다. 드라마의 주요 배경이 되는 일반외과는 물론 다양한 전문의들의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며 대본을 완성해갔다.
이 같은 체험담과 사실에 근거한 이야기를 중심으로 종합병원 레지던트들의 힘겨운 일상을 그린 ‘종합병원’은 큰 인기 속에 1994년 4월17일부터 약 2년여 방송됐다. 특히 신은경은 중성적 이미지로 ‘X세대의 표상’처럼 떠올랐고 구본승과 짝을 지어 스타덤에 올랐다. 아직 세상에 덜 알려졌던 전도연도 이 드라마를 통해 더욱 큰 이름값을 얻었다. 후배들에게 악독한 ‘치프’(chief)로 나섰던 오욱철을 일약 세상에 알린 드라마이기도 하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