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시장 달구는 갈아타기 바람
김 씨는 “예전부터 새 아파트에 살아보는 게 꿈이었다”며 “조금 손해를 보긴 했지만 6억 원까지 다시 오른 게 다행이다 싶어 서둘러 팔고 인근 판교에 새 아파트를 샀다”고 말했다.
‘비수기가 사라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올해 주택거래가 활발해지자 집주인들이 서둘러 집을 내놓고 있다. 헌 집을 팔고 새집으로 갈아타거나 자산가치가 떨어지는 집을 처분하는 대신 역세권 등에 위치해 향후 집값 상승 가능성이 높은 주택을 구매하려는 것이다. 초저금리 시대에 큰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긴 뒤 남은 자금을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은퇴층도 늘고 있다.
○ 새 아파트 선호, 집값 하락 우려에 “집 팔자”
집주인들은 왜 집을 내놓고 있을까. 동아일보가 부동산정보업체 ‘부동산써브’에 의뢰해 지난달 11일부터 약 5일간 전국 부동산써브 회원 공인중개사 61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최근 6개월간 주택 매도자들이 주택을 팔려는 가장 주된 이유’에 대한 답으로 이들은 △새 아파트 등 시설이 좋은 주택으로 이동(46.9%) △향후 주택가격 하락 우려(28.5%) △다운사이징을 통한 현금 확보(9.6%)를 꼽았다.
김규정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요즘 다주택자들은 최근 1년간 주택가격이 회복세를 이어왔으나 회복세가 오래가긴 힘들다고 판단해 투자가치가 낮은 주택을 팔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부동산써브의 설문조사에서 공인중개사의 56.0%가 집을 팔기 좋은 시기로 올해 하반기(7∼12월)를 꼽기도 했다.
30, 40대가 새 아파트를 선호하는 현상이 강해진 것도 한 요인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부동산 수석전문위원은 “30, 40대 소비자들은 장기적으로 집값이 상승할 것으로 기대하지 않기 때문에 기존의 낡은 집을 판 뒤 살기 좋은 새집을 찾는 경향이 강하다”고 설명했다.
○ 은퇴층은 큰 집 팔아 “부동산 월급 타자”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대표는 “기준금리가 떨어진 뒤 집을 팔아 마련한 자금의 일부를 수익형 부동산에 투자하는 베이비부머가 늘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매매에 나서는 무주택자보다 살던 집을 교체하려는 집주인들이 향후 부동산시장의 침체를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김세기 한국감정원 주택통계부장은 “지금은 전세에서 매매로 전환되는 수요의 증가가 두드러지지만 앞으로 경기가 안 좋아진다면 자금여력이 있는 주택 소유자들이 주택거래를 이끌고 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조은아 achim@donga.com·천호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