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한 15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 경기 부양에 나서기로 했다. 최경환 경제부총리는 어제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발표하면서 “추경과 기금계획 변경, 공공기관 조기 투자 등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재원을 동원해 3%대 경제성장률을 지키겠다”고 말했다. 메르스 충격으로 경제에 빨간불이 켜진 상황에서 추경은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소비와 서비스업의 위축은 지난해 세월호 사고 때를 훨씬 넘어서고 있다. 국내외 기관들은 잇따라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2%대로 낮추고 있다. 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소비자심리지수는 2년 6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그러나 정부는 추경의 구체적인 내용도 없이 각 부처가 이미 추진하고 있는 정책들을 재탕 삼탕한 정도의 하반기 경제정책을 내놓았다. 오죽하면 당정 협의 과정에서 새누리당이 “추경을 어디에 얼마나 쓸지 세출 리스트를 가져오라”며 반대했겠는가. 메르스 사태의 파장을 좀 더 분석해 세부 명세를 짜겠다지만 경기 활성화의 타이밍을 고려하면 지금도 늦었다.
추경을 경제 활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쓰지 않고 국회의원들의 지역구 민원에나 털어 넣는다면 재정 건전성만 훼손할 수 있다. 2013년에도 17조3000억 원의 추경을 편성하면서 15조8000억 원의 국채를 발행했지만 경기 회복 효과는 거의 없었다. 정부는 세입 전망을 높여 잡아 세수 부족만 키웠다. 작년 약 11조 원의 세수 펑크에 이어 올해도 그 이상이 예상돼 추경의 상당액이 세입 부족분을 메우는 데 사용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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