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인조 밴드 혁오 미니앨범 ‘22’
1993년생 네 명이 뭉친 밴드 혁오. 음악의 세련된 색채감은 컴퓨터 전자음 대신 기타 사운드에서 나온다. 두루두루amc 제공
지난해 초부터 수집한 작은 문신이 십몇 개. 그들은 새겨진 게 아니라 부유하는 듯하다. 오혁(22·보컬, 기타)의 몸 위를. 1993년생.
‘다 쓴 야광별을 떼어 냈죠/옅은 빛을 살피고 있으면/내일이 그리 기다려졌는데/이젠 그렇지도 않아.’(‘와리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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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사·작곡자이자 리더인 오혁은 베이징에서 왔다. 생후 5개월에 부모 따라 중국으로 건너가 랴오닝 성, 옌지, 선양, 베이징…. 열아홉 살까지 살았다.
“허우하이라는 인공호수변에만 라이브 클럽이 수십 개 있어요. 개인주의 심하고 트렌드에 민감한 거기, 유럽 같아요. 돈 많고 취향 좋고 일 안 하는 ‘고급 한량’들과 어울리면서 음악 하는 사람들 많이 만났어요. 서버 우회해 유튜브에 들어가면 세계 최신 음악 다 들을 수 있었고요. 신쿠즈, 더유어스 같은 팀은 진보적이고 멋을 알아요. 어떤 면에선 한국보다 빠르죠.”(오혁) 그는 3년 전 홍익대 예술학부로 유학을 오면서 서울 생활을 시작했다. 혁오를 결성해 지난해 데뷔했다.
싱겁고 몽롱한 혁오식 록엔 하이라이트가 따로 없다. 6박자에 3연음 기타 악절이 주입된 ‘Mer’, ‘Hooka’의 느린 바운스, ‘와리가리’의 디스코가 발하는 색채감, 멜로디 감각이 비범하다. 비비 킹과 레너드 스키너드부터 앨라배마 셰이크스까지 멤버들의 폭넓은 음악 취향은 오혁의 문신 같다. 무국적성 음악의 레시피.
“분위기 끌어올려서 후렴에 빵 터뜨리려는 게 밴드의 일반적인 욕망인데. 우린 첨부터 다르게 갔어요. (뛰기보다) 고개를 갸우뚱하며 즐길 수 있는, 편안한 분위기로.”(오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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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희윤 기자 im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