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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영하 선배 정신 계승”… 모교 ‘고교생 ROTC’ 떴다

입력 | 2015-06-22 03:00:00

인천 송도고, 국내 첫 해군 주니어 ROTC 창단… 106명 자원




29일 정식 창단을 앞둔 인천 송도고 해군 주니어 ROTC 학생들이 17일 학교 운동장에서 창단식 예행 연습을 하고 있다. 인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구령에 맞춰 나란히 걷는 것마저 아직 쉽지 않지만 입을 굳게 다문 학생들의 표정은 진지했다. 17일 오후 인천 연수구 송도고 운동장에서는 단정하게 제복을 갖춰 입고 앞뒤가 뾰족한 개리슨 모자를 쓴 학생들이 줄 맞춰 행진하고 경례하는 연습을 하며 땀을 흘리고 있었다.

29일 이 학교에서 국내 고교 최초로 창단하는 ‘해군 주니어 ROTC’ 학생들이다. 이날 2002년 제2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윤영하 소령의 13주기 추모식과 함께 창단식이 개최되면 이 학생들은 윤소령의 정신을 잇는 주니어 ROTC가 되는 것이다. 주니어 ROTC는 대학에서처럼 졸업 후 장교로 임관하는 과정은 아니지만 정규 교과 수업의 일부로 운영되고 소속된 학생들은 매주 수요일 제복을 입고 학교에서 생활한다. 활동기록은 학교생활기록부에도 남는다.

17일 학교에서 만난 오성삼 교장(68·사진)은 “급식 반찬으로 생선이 나오면 가시 발라내는 것이 귀찮다며 안 먹고 버리는 것이 요즘 학생들”이라며 “아이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끈기 같은 기본소양과 인성을 길러주는 것이라는 생각에 주니어 ROTC 창단 계획을 세웠다”고 털어놓았다.

오 교장은 2012년 8월 건국대 교육대학원장을 지내고 정년 퇴임하면서 이 학교에 부임해 화제를 모았다. 그는 그때부터 주니어 ROTC 창단 계획을 품고 있었다고 했다.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시민의식과 리더십을 길러주겠다는 생각이었다.

미국의 주니어 ROTC 등을 3년가량 공부한 뒤 주니어 ROTC 창단을 알리며 5월 학부모들에게 보낸 안내문에서 오 교장은 “학생들을 체력적 정신적으로 강인한 청소년으로 교육시키고 대학 입시에서도 유용한 제도가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 2학년 활동 기간에 기초체력 단련과 함께 헌혈, 봉사활동, 예절·리더십·대화법·국가관·응급처치 교육 등을 통해 정신력과 사회성을 기르겠다는 것이다.

이런 활동이 대학 입시에서도 유용할 수 있다는 것은 최근 학생부 비교과 영역 활동의 중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 교장은 “현직 입학사정관들에게 어떤 것이 비교과 영역 평가에 긍정적으로 작용하는지 직접 물어보면서 활동을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런 계획에 공감해 자원한 1, 2학년 학생은 모두 106명. 1학년 유두열 군(16)은 “나도 친구들도, 체력단련장에서 꾸준히 운동하겠다고 신청했다가 한 달밖에 안 나가고 흐지부지됐던 일이 적지 않다”며 “끈기와 책임감, 리더십 같은 것을 배우고 싶다”고 얘기했다. 생도대장을 맡고 있는 2학년 김도환 군(17)도 “이제 제복 입는 사람이 됐으니 말하는 습관을 단정하게 바꾸면서 부모님께 존댓말부터 쓰고 싶다”고 말했다.

선배인 윤 소령의 뒤를 이어 제복을 입고 나라를 지키려는 학생들에게는 주니어 ROTC 활동 자체가 큰 자극이 되기도 한다. 2학년 문혜성 군(17)의 아버지 문기성 씨(47)는 “해군사관학교에 진학하고 싶어 하는 아들이 주니어 ROTC에 가입한 뒤에 스스로 열성을 가지고 공부하려 들어 놀랐다”고 했다.

학생들이 얼마나 변하는지 살펴본 뒤에는 국내 최대 교원단체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등과 힘을 모아 다른 학교에도 주니어 ROTC가 생길 수 있도록 도울 계획이다. 오 교장은 “성적도 중요하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인성 면에서 얼마나 바른 학생을 길러 내는지로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인천=김도형 기자 dod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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