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원 논설위원
미국에서 에볼라 바이러스가 확산되던 지난해 10월 16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백악관을 지휘소로 삼아 직접 진두지휘했다. 관련 정부기관장과 전문가들이 대책을 발표한 곳도 백악관 브리핑룸이었다.
실종된 기자회견, 답답한 국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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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설로 다 형언키 어려운 시민의 열광적 환영에 목이 메도록 감격했던 것일까. 14일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관광객이 급감해 손님이 끊긴 동대문 상점가를 박근혜 대통령이 방문한 뒤 민경욱 청와대 대변인이 내놓은 브리핑의 ‘일부’다. 메르스 사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위로하러 간 것인지, 선거 유세하러 간 것인지 헛갈릴 정도다. ‘웃는 얼굴로 일일이 손을 흔들어 주셨다’는 대목은 묘한 연상 작용을 불러일으킨다.
메르스 사태가 20일로 1개월이다. 그럼에도 박 대통령은 상황을 확실히 장악하고, 이름도 으스스한 이 괴물에 국민이 더는 고통받지 않도록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뒤늦게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 학교, 병원 등 현장 행보에 나서면서 허술한 관리로 대량 감염을 일으킨 삼성서울병원의 원장을 호되게 질책하는 모습도 공개됐다. 하지만 국민들이 궁금히 여기고 답답하게 생각하는 질문들에 직접 답하고 국민의 협조를 구하는 기자회견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이 와중에 국회는 공무원연금개혁안 통과에 이러저러한 조건을 자꾸 갖다 붙인 야당의 요구대로 위헌 논란이 있는 국회법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박 대통령은 이를 수용할 수 없다며 거부권을 행사할 태세다. 국회법 논란에 대해서도 과연 국회와의 대립, 혹은 여당과 청와대 간, 친박(친박근혜)과 비박(비박근혜) 간 전면 갈등으로 번질 수 있는 거부권을 꼭 행사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대통령의 육성으로 설명하고 납득시키려 하지 않고 분노의 숨소리를 퍼 나르는 대변인의 브리핑만 반복되고 있다.
말에서 내려 젖은 땅 딛고 서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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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원 논설위원 sw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