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마는 스포츠일까? 도박일까?
승마는 귀족스포츠 대우 받고 있지만
경마는 도박 이미지가 뿌리깊게 박혀
최근 장외발매소 입점 반대 많았지만
문화프로그램으로 주민들 호응 이끌어
경마는 스포츠일까, 도박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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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에 비하면 경마는 ‘홀대’ 받고 있다. 아직 스포츠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바둑’이 전국체전 정식종목으로 들어간 것을 비하면 그 위상을 알 수 있다. 단지 베팅을 하기 때문만은 아니다. 야구나 축구 등 프로스포츠도 경기를 즐기며 합법적인 베팅을 한다. 그럼에도 야구 축구 등은 스포츠의 대표주자다. 경마에 굳이 스포츠를 갖다 붙이자면 ‘관람스포츠’ 쯤 될 것이다.
경마는 원래 왕이나 귀족이 즐기는 스포츠였다. 옛날 유럽 귀족들이 누구의 말이 가장 우수한 말인지를 가리기 위해 경기를 했던 것에서 출발했다. 유서가 깊은 스포츠였던 셈이다. 그런 면에서 보면 요즘 경마는 억울할 것이다.
최근 경마를 놓고 어수선하다. 한국마사회 마권 장외발매소(화상경마장) 때문이다. 대표적인 것이 용산장외발매소(렛츠런CCC 용산)다. 우여곡절 끝에 얼마 전 문을 열었지만 경주마처럼 씩씩하게 달려가지 못하고 있다. 일부의 반대 때문이다. 실제로 장외발매소가 영업 중인 7일에도 용산 화상경마장 영업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집회를 했다.
반대 측 입장은 이렇다. 몇몇 가지 의견이 있지만 핵심은 ‘▲학교정화구역(200m)을 겨우 넘어선 235m에 위치하고 있고, 학생들의 통학로에 위치해 교육에 악영향을 끼친다 ▲주차장 등의 문제로 주민의 통행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풀어보면 경마는 도박인데 도박장이 학교 근처에 들어와 학생교육에 악영향을 끼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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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으로 보면 ‘35m 싸움’으로 보이지만 근저에는 경마를 스포츠로 보느냐, 도박으로 보느냐의 문제다. 화상경마장에 반대하는 측에선 ‘우리 동네에 도박장은 안 된다’는 것이다. 경마를 도박으로 보는 것이다. 경마가 도박이니 만큼 아이들 교육에도 안 좋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학생들의 경우 화상경마장에 출입하지 못한다. 제지하는 ‘보안관’이 있을 뿐만 아니라 출입구에 얼쩡거리면 곧장 관계자들이 제재한다. 냉정하게 보면 학생들이 근처 PC방에 가서 즐겁게 놀지 장외발매소에서 베팅하며 놀지는 않을 것이다. 교육상 문제가 있다면 불법 온라인 게임이 더 심각하지 않을까. 비슷한 장소에 스포츠토토 판매점이 들어섰더라도 이런 반응을 보일까.
발매소로 들어가는 경마팬들과 피켓을 들고 시위를 하고 있는 용산장외발매소의 두 풍경은 ‘대한민국 경마의 현주소’를 말해 주는 듯하다. ‘푸우, 쉬∼익 쉭!’ 경주마들은 오늘도 거친 숨을 몰아쉬며 항변하다. ‘난, 억울하다!’라고.
연제호 기자 sol@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