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재락·사회부
울산을 사이에 두고 부산과 경북 경주에는 국내 가동 원전 23기 가운데 11기가 밀집돼 있다. 건설 중이거나 계획 중인 5기를 합치면 원전은 16기나 된다. 이 지역 야산과 논밭에는 앞으로도 더 많은 송전탑이 세워질 게 뻔하다.
송전탑 인근 주민은 “바람이 전선을 지나면서 내는 ‘윙∼윙’ 소리가 마치 짐승 울음 같아 밤잠을 설칠 정도”라고 말했다. 송전탑이 세워지면 졸지에 ‘쓸모없는 땅’으로 전락한다. ‘밀양 송전탑 사태’처럼 주민들이 송전선 관통을 한사코 반대하는 이유다. 사업비 때문에 송전선로 지중화(地中化)는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원전에서 생산된 전력을 전국에 공급하기 위해서는 송전탑이 계속 유지되고, 새로 세워질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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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 인근 지역 주민에 대한 보상책 가운데 하나가 전기요금 차별화다. 울산시의회 원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치락)가 울산시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원전 생산 지역과 전력 수혜 지역 간 전기요금에 차이가 없는 것은 불공정하다’는 응답이 79.7%나 됐다.
현재 국내 원전 의존율은 26%다. 정부는 이를 2035년까지 29%로 올리겠다고 최근 발표했다. 시민·환경단체의 반대와 ‘원자력 발전(發電)의 경제성’ 논란에도 불구하고 원전을 추가 건설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문제는 원전으로 직·간접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보상 대책 없는 원전 건설은 ‘밀양 사태’처럼 저항을 초래할 수 있다. 그래서 원전 인근 주민들에게 전기 요금 할인은 설득력이 있다. 이게 피해 주민들에게 베푸는 ‘최소한의 보상’이다.
김기현 울산시장은 10일 울산시의회에서 “가동 30년이 넘은 고리원전 1호기 수명 연장을 반대한다”고 말했다. 서병수 부산시장도 비슷한 생각을 밝힌 바 있다. 자칫하면 부산과 울산에서 원전 반대 운동이 촉발될 수도 있다. 이를 막기 위해서라도 ‘원전 인근 주민 전기요금 인하’부터 적극 검토해야 한다.
정재락·사회부 rak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