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년만에 ‘돈키호테’ 2편 완역한 박철 前 한국외국어대 총장
박철 한국외국어대 교수는 “1편과 달리 2편에서 돈키호테는 광인이 아니라 현자 같다. 사색적이고 철학적인 사람으로 묘사된다”고 말했다. 저자 제공
올해는 ‘돈키호테’ 출간 400년을 맞는 해이자 국내에 ‘돈키호테’가 소개된 지 100년이 되는 해다. 1915년 육당 최남선이 잡지 ‘청춘’을 통해 ‘돈키호테’를 부분 발췌해 전하면서 이 ‘미치광이 영웅’이 우리나라에도 알려졌다.
1년 3개월의 작업 끝에 박 교수가 번역한 ‘돈키호테’ 2편(시공사)이 최근 출간됐다. ‘돈키호테’ 1편은 788쪽, 2편은 908쪽에 이른다. 방대한 분량에 때로 마음이 급해지기도 했지만 “인생철학과 교훈이 줄줄 넘치는” 내용에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번역에 몰두했다. 스페인 왕립한림원이 펴낸 돈키호테 출간 400주년 기념 판본을 번역본으로 삼았고 다른 판본도 참고했다. 번역 작업 중 무엇보다 까다로웠던 건 어휘였다.
1편의 돈키호테는 잘 알려졌듯 이웃 농부의 딸을 둘시네아 공주로 생각하고, 풍차를 거인으로 여기고 싸우겠다고 돌진하는 사람이다. 그런데 2편의 돈키호테는 황소를 황소로, 성을 성으로 보는 정상적인 사람이고 오히려 다른 인물들이 돈키호테를 속이려 든다.
“가령 2편에서 돈키호테는 사자들과 결투를 벌이게 됩니다. 1편에선 양떼를 군대로 착각하고 싸울 정도인데, 2편에선 상대가 사자들이라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결투를 한 것은 광기 때문이 아니라 지나치고 터무니없어 보이는 용기에 따른 겁니다.” 2편에선 시대비판과 풍자정신이 좀 더 생생하게 드러나고 미래의 공화국에 대한 열망을 더욱 강렬하게 표현되는 게 특징이다.
박 교수는 ‘돈키호테’가 ‘고전’으로 확고하게 자리 잡은 것은 책에 담긴 ‘자유’라는 주제 의식 때문이라고 밝혔다. “돈키호테는 불의와 타협하지 않는 기사입니다. 그는 정의와 자유를 위해 항상 올곧은 행동을 하는 인간상을 상징합니다. 2편에서 돈키호테가 ‘인간에게 자유는 하늘이 준 가장 고귀한 선물’이라고 말하는 부분이 나옵니다. 자유와 명예를 위해서는 목숨을 걸 수 있고, 또 걸어야 한다는 게 책의 주제입니다. 이것이 400년의 시간이 지나면서 ‘돈키호테’가 더욱 빛을 발하는 이유입니다.”
김지영 기자 kimj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