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윤정 경제부 기자
집에서 아이를 돌봐줄 아주머니를 구하는 건 비용이 만만치 않고, 믿을 만한 분을 만나기도 쉽지 않다. 집 근처에 살며 어린이집에서 아이를 데려와 퇴근시간까지 돌봐주고 주말까지 희생하는 친정 엄마가 없었다면 나도 경력단절의 위기에 빠졌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크게 늘어난 시중은행들의 경력단절여성 채용에 관심이 가는 것도 이런 점 때문이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여성이 경제활동을 포기하는 데 따른 사회적 비용이 한 해 15조 원에 달한다고 한다. 이런 어려운 숫자를 떠나 육아휴직 중 놀이터에서, 백화점 문화센터에서 직장을 그만둔 젊고 똑똑한 엄마들을 많이 만났다. 정부 정책에 발맞춘 움직임이겠지만 은행들의 경단녀 채용 확대에 힘입어 임신, 출산, 육아로 커리어를 포기한 아까운 엄마들이 다시 일터로 돌아갈 수 있기를 응원한다.
무엇보다 가장 큰 우려는 이명박 정부의 ‘고졸 채용’처럼 경단녀 채용 확대도 한때 유행했다가 정권 교체와 함께 사라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나도 상고 출신”이라며 고졸 채용 확대를 주문했다. 은행들은 앞다퉈 고졸 채용에 나서며 화답했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후 퇴사하는 고졸 직원이 늘고, 고졸 신규 채용 역시 감소 추세다. 은행들은 ‘고졸 직원들의 퇴사가 느는 건 직원 개인의 문제’라고 설명하지만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런 선례를 보며 현재 근무 중인 경단녀들도, 채용공고를 보고 구직에 나서는 경단녀들도 불안감을 떨치지 못한다. 한 지인은 “은행 채용공고를 보고 지원해볼까 하다가 마음을 바꿨다”면서 “정권이 바뀌면 ‘골칫거리’ 취급받지 않겠느냐”라고 털어놨다.
경단녀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한 노력이 더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 경제활력 회복 등 거창한 이유를 떠나 일자리로 돌아갈 기회를 얻고 싶어 하는 경단녀를 채용할 때 은행들이 이들에게 장기적 비전을 보여주는 게 중요한 이유다.
장윤정 경제부 기자 yunj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