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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직원인데…” 신분 속이고 130차례 사기 행각 벌인 40대 男

입력 | 2015-06-07 19:51:00


양복을 잘 차려입은 손님이 종업원을 쫓아 나왔다. 가게에서 단체 회식을 하겠다며 와인을 준비해 달라던 손님이었다. 손님은 종업원에게 “와인은 내가 잘 아니 빵집에 주문해 놓은 케이크를 찾아 달라”고 했다. 그리고 가게 사장이 와인을 사 오라며 종업원에게 건넨 신용카드를 들고 사라졌다. 손님은 전과자에다 지명수배까지 내려진 사기꾼이었다.

정장을 차려입고 넥타이를 맨 채 자신을 은행 직원이라고 속인 손님은 45세 진모 씨. 진 씨의 말끔한 차림새를 본 가게 주인은 너무도 쉽게 속아 넘어갔다. 진 씨는 2012년 11월부터 지난달까지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의정부 일대의 가게에서 병원 직원, 변호사 사무실 직원 등을 사칭하며 130차례나 범행을 저질렀고 훔친 3억여 원을 모두 유흥비로 썼다. 가명을 사용하고 여자친구 명의의 핸드폰을 사용했다. 병원 진료를 받을 때는 동생 이름을 사용했다. 진 씨를 잡기 위해 경찰은 57건의 지명수배를 내렸다. 진 씨는 지난달 19일에도 똑같은 사기행각을 벌이다 서울 광진경찰서에 검거, 상습절도·상습사기 혐의로 구속됐다.

한편, 신랑 신부의 가족인 체 하며 축의금을 훔친 일당도 있다. 홍모 씨(53)와 이모 씨(60)는 모르는 사람의 결혼식에 찾아가 미리 식권 여러 장을 받아 놨다. 하객들은 정장을 차려 입은 두 사람에게 축의금 봉투를 주고 식권을 받아갔다. 지난 1월부터 4월까지 서울과 경기 일대 예식장을 돌아다니며 5차례에 걸쳐 축의금 200여 만 원을 훔친 홍 씨와 이 씨는 사실 10년 전 교도소에서 만난 ‘동기’였다. “먹고 살기가 어려워 범죄를 저질렀다”는 두 사람은 딱히 다른 직업을 구하려는 노력도 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두 사람을 특수절도 혐의로 구속했다고 7일 밝혔다.

손가인 기자 gai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