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스포츠동아DB
목동구장은 디지털 전광판을 사용하지 않는다. 프로야구가 열리는 야구장들 가운데서는 보기 드문 일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프로야구장 대부분이 대대적인 리모델링을 통해 디지털 형식의 전광판으로 교체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여전히 목동구장에서는 웃지 못 할 진풍경을 볼 수 있다. 전광판에 숫자가 아닌 ‘알파벳’이 등장하는 장면이다.
한 팀의 두 자릿수 득점과 두 자릿수 안타는 자주는 아니라도 종종 나온다. 전광판에도 두 자릿수 숫자를 표시할 수 있는 공간이 넉넉하게 마련돼 있다. 그러나 한 팀이 한 이닝에 두 자릿수 득점을 하거나 한 경기에서 두 자릿수 4사구를 내주는 일은 거의 볼 수 없다. 당연히 전광판에도 자리가 없다. ‘10’ 이상의 숫자가 나오면 숫자 대신 알파벳을 사용해야 한다. 10은 A, 11은 B, 12는 C…. 이렇게 하나씩 늘어난다.
얄궂게도 목동구장에는 4일과 5일 연이어 세 번의 알파벳이 등장했다. 4일 목동 한화-넥센전에서는 넥센이 4회말에만 10득점을 하면서 첫 A가 떴고, 한화 투수진이 10개의 4사구를 내줘 A가 하나 더 나왔다. 5일에도 마찬가지였다. 두산이 볼넷 숫자로 A도 B도 아닌, C를 전광판에 찍었다. 선발투수 진야곱이 5개, 뒤이어 등판한 이재우가 5개, 그리고 함덕주와 이현호가 하나씩을 추가하면서 총 12개의 볼넷을 허용했다. 볼넷이 하나만 더 나왔다면, 목동구장에서 최초로 전광판에 ‘D’자가 등장할 뻔했다.
목동|배영은 기자 yeb@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