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점검] 2009년 수출 시작한 2만곳 중… 3년뒤 살아남은 곳 35% 그쳐
일본 자동차부품업체에 고무제품을 납품하는 P사 임원(52)은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수출대금을 엔화로 받아 원화로 바꿨을 때 실제 잡히는 매출이 크게 줄었다”며 “게다가 불황 탓에 신규 수주도 거의 못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환율과 치열한 경쟁 등으로 경영환경이 악화되면서 수출을 위주로 하는 국내 중소기업들이 고사 위기에 처했다. 영업이익으로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중소기업들이 증가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연구원이 4월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통해 수출액을 밝힌 제조기업 804개사 중 해외 매출 비중이 50% 이상인 중소기업 89개사를 조사한 결과,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업체 수 비중은 2011년 38.1%(32개사)에서 지난해 42.9%(36개사)로 증가했다.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이라는 것은 한 해 영업이익이 이자비용보다 적다는 의미다.
수출환경은 갈수록 각박해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 정부의 가공무역 금지품목 수는 2010년 1800개에서 2014년 1871개로 늘었다. 국내 중소기업들은 원자재를 중국에 수출한 뒤 저임금 노동력을 이용해 중간제품을 만들어 한국으로 들여오고, 마무리 작업만 거쳐 ‘메이드 인 코리아’ 제품으로 재수출하는 사업을 많이 해왔다. 그러나 중국이 자국 제조업을 육성하기 위해 가공무역 금지를 확산시키면서 사업 모델에 변화가 불가피하게 됐다.
김세종 중소기업연구원장은 “과거 고환율 덕을 본 중소기업들이 엔저, 유로화 약세 등으로 민낯이 드러난 시점으로 기술력과 생산력 향상이 불가피하다”며 “고급 부품이나 소재를 개발해 중국 제조업체에 수출하거나, 브랜드력을 갖춘 제품으로 중국 내수시장을 직접 공략하는 방향으로 사업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유현 yhkang@donga.com·곽도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