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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간 기억상실 女… 8년을 기다려온 男

입력 | 2015-06-04 03:00:00

희귀병 이긴 日연인 ‘눈물의 결혼’… 유튜브에 뒤늦게 올라 열도 울려




신부의 기억상실로 8년 만에 결혼식을 올린 일본의 나카하라 히사시, 마이 씨 부부. 신랑이 신부의 휠체어를 끌고 있다. 유튜브 동영상 캡처

딸에게 면사포를 씌워주는 엄마의 눈에는 눈물이 그치지 않았다. 가까스로 꺼낸 말은 “애썼다”는 한마디. 딸도 울었다. 8년 만의 결혼식이 일본 열도를 울리고 있다. 주인공은 일본 오카야마(岡山) 시에 사는 신랑 나카하라 히사시(中原尙志·34) 씨와 신부 마이(麻衣·32) 씨.

두 사람은 8년 전인 2006년 7월 결혼을 약속했다. 결혼식 날짜는 이듬해인 2007년 3월 11일로 잡혔다. 하지만 결혼식을 석 달 앞두고 ‘항NMDA수용체 뇌염’ 판정을 받았다. 발병률이 100만 명 중 0.33명인 희귀병이 꽃다운 신부를 엄습한 것이다.

이때부터 긴 치료와 재활이 시작됐다. 마이 씨의 부모는 신랑에게 다른 사람을 만날 것을 권했지만 그는 신부 곁을 떠나지 않았다. 마침내 2011년 봄 마이 씨는 퇴원했다. 하지만 자신의 이름을 쓰고 가족은 인식했지만 병실과 집을 뻔질나게 드나드는 남자의 정체를 기억해내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이 씨는 결혼식 날짜가 적힌 옛날 수첩을 발견했다. ‘내가 결혼했었나.’ 의아하게 생각하던 그의 눈에 신랑과 찍어 수첩에 붙인 스티커 사진이 들어왔다. 서서히 기억이 되살아났고 둘은 마침내 지난해 6월 원래 결혼하려던 예식장에 다시 연락했다.

신부는 임신 중으로 곧 출산 예정이다.

예식장 측은 두 사람의 허락을 받아 결혼 동영상을 ‘8년 만의 결혼식’이라는 이름으로 유튜브(youtu.be/vlh5aewBI2w)에 올렸다. 3일 현재 조회 수가 65만 건에 육박하고 있다.

도쿄=배극인 특파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