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진행된 권투 경기에서 국내 복싱계 인사가 승부를 조작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서울지방경찰청 국제범죄수사대는 3월 14일 태국에서 열린 권투 경기에서 상대 외국인 선수를 매수해 승부를 조작한 혐의(국민체육진흥법 위반)로 경기를 주관한 프로모션 대표 김모 씨(35)를 조사 중이라고 29일 밝혔다. 김 씨는 당시 세계 복싱 평의회(WBC) 산하 아시아복싱평의회(ABC) 지역 타이틀매치 슈퍼플라이급 등 4경기를 성사시켰다. 경기에서 김 씨와 계약한 권투선수 4명 모두 승리를 거줬는데, 경찰은 김 씨가 상대 외국인 선수들에게 미리 돈을 주고 고의로 져달라고 부탁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정확한 금액은 알 수 없으나, 모두 합쳐 약 100만 원 정도를 건넨 것으로 보고 있다”고 밝혔다.
이 경기는 당시 상대 인도네시아와 태국 선수의 경기력이 지나치게 낮아 승부조작 의혹을 받아 왔다. 한국권투위원회 홈페이지에는 당시 “상대가 상식 이하의 경기력을 보여줬다”며 문제가 있음을 지적한 글이 올라와 있다. 경찰은 “선수 4명을 소환조사했으나 이들은 당시 정황을 잘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면서도 “이들의 가담 여부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김 씨는 아직 경찰 조사를 받지 않았으나 관련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이건혁 기자 g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