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잡을 수 없는 날씨 탓에 의류업계가 울상이다. 해가 바뀔 수록 봄은 짧아지고, 긴 겨울에서 여름으로 바로 넘어가는 변덕스러운 기후 때문에 제대로 봄 신상품들을 팔아볼 기회조차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전년 동기 대비 9주 이상 평균기온이 상대적으로 더 낮았고, 일교차도 심했던 올 봄(3월~5월), F/W 상품이 다른 해 보다 긴 기간 판매됐고, 봄 신상품의 판매는 저조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온라인 여성 의류 쇼핑몰 ‘오드’ 관계자는 “원래 3~4월은 원피스 판매가 늘어나는 시즌인데, 올 봄은 원피스 류 매출은 11% 줄고 오히려 가볍게 걸칠 수 있는 자킷이나 가디건류는 38% 늘어났다”면서 “전문적인 데이터 분석 기업의 도움을 받아 이런 흐름을 빨리 파악하고 날씨 변화에 대처한 상품 구성에 유동적으로 대처한 덕에 그나마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고 말했다.
반면 저온현상으로 고객 방문이 적었을 것으로 예상되는 오프라인 패션 매장들에게 이런 기후 변화는 오히려 고객 유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가져왔던 것으로 나타났다.
조이코퍼레이션 한성은 인사이트 디렉터는 “날씨가 종잡을 수 없다 보니 고객들이 쌀쌀함을 피해 매장으로 유입되는 비율은 늘고 이탈은 적어지는 경향이 있었다”면서 “단 봄 상품 요구가 적을 것을 빨리 파악해 적절한 상품구성으로 대처한 경우에만 방문객 증가분이 매출 신장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오히려 봄을 건너뛰고 한 발 앞서 여름을 준비한 오프라인 매장들 역시 큰 재미를 보지 못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 4월 매장 윈도우 디스플레이를 여름 시즌으로 변경했던 외국계 패션 브랜드 매장의 고객 방문율은 변경 전 대비 오히려 0.5%포인트 감소하는 양상을 보이는 등 길어진 이상저온 현상으로 인해 봄옷도 여름옷도 수요가 없는 3~5월이 패션업계에 ‘마(魔)의 시즌’이 되고 있다.
최시원 대표는 “기후 변화 등 환경 변화의 직접 영향권 아래에 있는 패션 브랜드들에게 시즌에 맞는 상품 기획과 원활한 재고 관리가 최근 가장 큰 난제로 떠오르고 있다”면서 “이제 오프라인 매장도 단순한 매출 분석만으로는 대응이 어려운 경우가 많다. 온라인의 혁신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방문율, 체류전환율, 재방문율 등 주요 지표를 분석해 빠르게 개선하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성장 동력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조창현 동아닷컴 기자 cch@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