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해직교사 가입 제한한 교원노조법은 합헌’ 파장
고개숙인 위원장 28일 오후 변성호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위원장이 고개를 숙인 채 서울 종로구 재동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을 나서고 있다. 이날 헌법재판소가 교원노조법이 합헌이라고 결정함에 따라 전교조는 합법 노조가 된 지 16년 만에 법외 노조가 될 위기에 처했다. 김미옥 기자 salt@donga.com
○ 교육부, 전임자 징계 다시 준비할 듯
지난해 6월 교육부는 전국의 전교조 노조 전임자 72명에게 “소속 학교로 복귀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전교조가 고용노동부를 상대로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하라”고 낸 1심 소송에서 패소했기 때문. 법외노조란 현행 노조법이 요구하는 조건을 갖추지 못해 법적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노동조합을 말한다. 법외노조는 노조 전임자를 둘 수 없기 때문에 교육부가 학교 복귀 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6·4지방선거에서 대거 당선된 진보 교육감들은 전교조를 옹호하며 교육부와 맞섰다. 교육부가 전국 교육감에게 “복귀를 거부하는 노조 전임자는 징계하라”고 명령을 내렸지만 진보 교육감들은 “징계 문제는 교육감에게 맡기라”며 맞섰다.
○ 2심·대법 판결 남았지만… 전교조 ‘최대 위기’
이번 헌재 결정으로 전교조는 남은 법정 싸움도 결과를 자신할 수 없게 됐다. 정부를 상대로 한 1심 소송에서 패소한 뒤 항소심에서 희망을 걸었던 위헌 법률 심판마저 불리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일단 위헌 법률 심판 기간 중단됐던 항소심 절차가 재개될 예정이다. 서울고등법원은 이번 헌재의 결정을 바탕으로 고용노동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를 취소할지 말지를 판결해 선고하게 된다. 헌재 결정은 재판의 중요한 고려사항이기 때문에 일각에서는 이번 헌재 결정을 사실상 ‘전교조 법외노조 확정’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반면 문제가 된 전교조의 해직 조합원은 전체 조합원 6만여 명 중 9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이를 가지고 노조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은 무리가 있다는 반론도 있다. 만약 항소심 재판부에서 이 점이 부각된다면 전교조가 승소할 가능성이 전혀 없지는 않다.
만약 법외노조가 된다면 전교조는 그동안 누려온 여러 가지 법적 권리도 잃는다. 일단 ‘노조’란 명칭을 사용할 수 없고, 교육청이나 교육부와 근로조건을 두고 단체교섭을 할 수도 없다. 학교 업무를 보지 않고 전교조 업무만 수행했던 노조 전임자들 역시 전부 학교로 복귀해야 한다. 전임자가 한꺼번에 학교로 복귀하면 전교조의 노조 업무는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법외노조 판결 이후에도 전임자가 학교 복귀를 거부하면 이는 ‘근무지 이탈’에 해당돼 처벌을 피할 수 없다.
전교조는 헌재 결정에 즉각 반발했다. 헌재 결정이 내려진 뒤 변성호 전교조 위원장은 헌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정부 들어 헌재가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정을 내리고 있다”고 밝혔다. 전교조는 이날 결과를 예상한 듯 결정이 나자마자 조합원 30여 명이 ‘헌재 판결 부당하다’고 인쇄된 주황색 조끼를 나눠 입고 시위를 벌였다.
보수 성향의 시민단체 회원 30여 명은 헌재 앞에서 “헌재가 전교조를 해체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소리치기도 했다. 양측 간에 물리적 충돌은 없었지만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경찰 20여 명이 현장을 지켰다.
이은택 nabi@donga.com·임현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