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로구청∼청계천 340m 구간… 인근빌딩 직장인 “흡연 최적” 소문 퇴근시간엔 수백명 몰려 ‘뻑뻑’
서울 도심 빌딩가에서 담배를 피우는 ‘길거리 흡연’ 인구가 늘면서 간접흡연 피해가 늘고 있다. 27일 점심식사를 마친 직장인들이 금연 표시가 무색하게 담배를 피운 뒤 꽁초를 버리고 있다(위 사진). 변영욱 기자 cut@donga.com
아스팔트 도로 밑에 묻혀 있던 중학천이 옛 모습을 되찾은 건 2010년. 청진 1∼3지구 도시환경정비사업을 진행하던 서울시는 약 35억 원을 들여 종로구청∼청계천 구간 340m에 폭 3∼5m, 깊이 70cm의 얕은 수로를 만들었다. 도심 속 쉼터를 조성하려는 목적이었다. 하지만 근처 대형 빌딩에 근무하는 직장인들 사이에 “바람이 적당히 불어 시원하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최적의 흡연장소로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 때문에 인도나 하천 바닥에 쌓이는 담뱃재와 꽁초의 양이 하루가 다르게 늘고 있다.
중학천 근처뿐 아니라 수송동 무교동 등 종로의 빌딩숲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나타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과거에도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많았지만 올해 커피전문점 등의 금연정책이 강화되면서 흡연족 수가 급증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간접흡연 피해와 청소 문제 등이 불거지고 있지만 이른바 ‘뒷골목 흡연’을 관리할 방안은 현재로선 전무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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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연거리’ 지정이나 흡연 부스 설치도 검토됐지만 실효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됐다. 현재 종로구 인사동, 강남대로처럼 금연거리로 지정된 곳에서 흡연하다 적발되면 과태료 10만 원이 부과된다. 현 과장은 “금연거리 지정은 오히려 다른 골목의 흡연 피해를 키우는 ‘풍선효과’를 유발할 가능성이 크고, 흡연 부스는 설치비용(약 1000만 원)에 비해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현재로선 계도 이외엔 다른 대책이 없다”고 털어놨다.
올해 초 길거리에서의 모든 흡연을 규제하는 조례가 서울시의회에서 추진됐지만 찬반 논란 속에 4개월째 상임위에 계류 중이다. ‘길거리 흡연 금지 조례안’을 발의한 남재경 서울시의원(새누리당)은 “서울시와 의회, 자치구 등이 적극 협조해 중학천 등지의 무분별한 길거리 흡연을 줄여야 한다”며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적당한 공간을 마련해 흡연자 불만도 낮추는 지혜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철호 기자 iron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