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환자 맡은 의사-간호사 발열증세 자가 격리중에도 가족과 생활 드러나 보건당국 뒤늦게 격리 조치 강화 3번째 환자의 딸도 확진 논란… 아버지에 옮았다면 ‘3차 감염’ 의심
국내 최초 메르스(MERS·중동호흡기증후군) 감염자와 접촉했던 의료진 2명이 메르스 감염 의심 증세를 보여 보건 당국이 격리 및 유전자 검사에 들어갔다. 보건 당국이 전염성이 낮다고 설명하고 있지만 메르스가 계속 확산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 질병관리본부는 26일 최초 감염자와 접촉한 뒤 자가 격리 중이던 61명 중 이날 오전부터 발열 증세를 보이는 사람이 2명 확인돼 이들을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이송한 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첫 번째 국내 감염자인 A 씨(68)가 방문한 의료기관의 간호사와 의사다. E 씨는 A 씨가 15일 방문했던 의원급 의료기관의 간호사로 접수와 채혈 등의 과정에서 접촉했다. F 씨는 A 씨가 17일 방문한 또 다른 의원급 의료기관에서 진료를 담당한 의사다.
배근량 질병관리본부 역학조사과장은 “A 씨는 당시 재채기와 기침이 심해 ‘비말(飛沫·작은 침방울)’을 많이 발생시키고 있었다”며 “이 과정에서 2∼4번째 환자가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4번째 감염자인 D 씨가 잠복기에 있던 C 씨를 간병하는 과정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한다. 이 경우 메르스가 최초 감염자(A 씨)가 아닌 다른 감염자를 통해서도 얼마든지 퍼질 수 있고, 나아가 지역사회 등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른바 ‘3차 감염’의 가능성이다.
양병국 질병관리본부장은 “중동 외 지역에서 메르스가 지역사회로 퍼진 적은 없다”며 “사람 간 전파와 3차 감염 가능성을 우려할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한편 보건 당국은 메르스 감염자와 감염 의심자가 계속 증가하자 한층 강화된 접촉자 격리 지침을 마련했다. 지금까지는 접촉자가 38도 이상의 발열 증상을 보일 때만 국가 지정 입원 치료 병상으로 이송해 유전자 진단 검사를 실시했다. 하지만 앞으로는 37.5도의 발열만 보여도 이송한 뒤 유전자 검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또 당장 우려되는 증세가 없어도 자가 격리자가 원할 경우 별도의 국가 지정 격리 시설에서 지낼 수 있도록 했다.
이세형 기자 turtl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