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동아국제금융포럼서 강연
벤 버냉키 전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27일 ‘2015 동아국제금융포럼’에서 한국의 금융인들과 만난다. 최근 세계 경제의 현안들에 대해 그가 어떤 진단과 분석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동아일보DB
버냉키는 2010년 10월 경주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위해 잠시 한국에 들른 적은 있지만 공개된 자리에서 한국인과 호흡하며 자신의 견해를 밝히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미국 연준이 최근 연내 금리인상을 사실상 기정사실화한 것에 대해 초저금리 정책의 입안자로서 그가 내릴 분석과 전망이 세계 금융계의 비상한 관심을 끌고 있다.
○ 글로벌 경제 급한 불 끈 ‘경제위기 전문가’
또 이들 국가의 막대한 유동성 공급은 오랫동안 잠자고 있던 글로벌 자산시장을 다시 일으켰다. 신흥국들은 미국이 제로 수준을 유지하던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그동안 유입됐던 외국인 자금이 썰물처럼 빠져나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모두 버냉키가 현직에 있을 때 도입한 정책들로 파생된 현상이다.
이처럼 그의 통화정책이 결과적으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리스크를 키운 측면도 있지만 버냉키에 대한 지금까지의 평가는 대체로 긍정적이다. 무엇보다 금융위기의 쇼크를 받고 중환자실에 입원한 미국 경제를 예상을 깨고 빠른 시간 내에 정상 궤도에 올려놨기 때문이다. 이는 그가 원래부터 ‘경제위기 전문가’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버냉키는 “중앙은행이 대공황 때의 실수(빠른 출구전략으로 경제를 다시 위기에 빠뜨린 사건)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오래전부터 천명해왔다.
버냉키는 위기 극복을 위해 경제학 교과서에는 없는 파격적인 정책을 잇달아 썼다. 천문학적 규모(4조 달러)의 양적완화, 그리고 금리 정책을 실업률 등 경제지표와 연동시켜 금리 변화의 대략적인 시기를 예상할 수 있도록 한 ‘포워드 가이던스(선제적 안내)’ 등이 그것이다. 이를 두고 정치권 등에서 “감당할 수 없는 인플레이션이 올 것”이라는 비난이 일었지만 그는 굴하지 않았다. 버냉키는 올해 말 발간될 회고록 제목을 ‘행동하는 용기(The courage to act)’로 붙인 이유를 설명하면서 “여러 군데서 온갖 비판을 받았지만 국가 경제를 위해 창의적이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다만 그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에 안이하게 대처해 금융위기의 발생을 막지 못했다는 원죄는 여전히 지고 있다.
김소영 서울대 교수는 “지난 경제사(史)를 돌이켜봤을 때 이 정도면 상당히 추진력 있게 위기를 돌파한 편”이라면서도 “다만 출구전략이 완료될 때까지 앞으로 5년 정도는 더 기다려봐야 버냉키에 대한 정확한 평가가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 환율 정책 ‘길 잃은’ 한국에도 시사점
버냉키는 27일 포럼에서 △미국의 금리인상이 한국 등 신흥국에 미칠 영향 △최근 글로벌 통화전쟁의 파급 효과 △자산시장 버블 논란 및 중앙은행의 역할 변화 등에 대한 견해를 밝힐 예정이다. 그는 퇴임 후 강연과 기고 등을 통해 “연준의 초저금리 정책은 결국 미국 경제의 부활로 이어져 신흥국에도 도움을 줬고 양적완화로 인플레이션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는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고 주장해왔다.
퇴임 후 버냉키는 미국 싱크탱크인 브루킹스연구소로 옮겼고 최근에는 헤지펀드 시타델, 자산운용사 핌코에서도 고문을 맡으며 왕성한 활동하고 있다.
유재동 기자 jarret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