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훈, 유럽 메이저급 대회 우승
한때 그는 자신의 이름보다는 ‘누구의 아들’로 불렸다. 그래서였을까. 2.7g의 공으로 사각의 탁구대를 주름잡았던 부모와 달리 그는 45g의 골프공과 함께 탁 트인 필드를 향해 도전장을 던졌다. 엄마, 아빠와는 다른 길을 걷던 그는 이제 세상의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한중 핑퐁 커플’ 안재형 씨(50)와 자오즈민 씨(52) 부부의 외아들 안병훈(24)이다.
안병훈은 25일 잉글랜드 버지니아워터의 웬트워스 골프장(파72)에서 끝난 유러피안투어 BMW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다. 이 대회는 총상금 500만 유로(약 61억 원)로 유럽에서 ‘제5의 메이저 대회’로 불리는 초특급 대회다. 안병훈은 4라운드에서 보기 없이 7타를 줄여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우승 트로피에 입을 맞췄다. 그것도 역대 최다 언더파 기록인 21언더파(267타·종전 19언더파)의 스코어로 태국의 골프 영웅 통차이 짜이디(46)와 51세의 노장 미겔 앙헬 히메네스(스페인)를 6타 차로 따돌렸다.
2009년 ‘한중 핑퐁 커플’인 아버지 안재형(오른쪽), 어머니 자오즈민 씨(왼쪽)와 환하게 웃고 있는 안병훈. 동아일보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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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림피안 집안의 피를 물려받은 안병훈은 골프가 올림픽 정식 종목으로 복귀하는 내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출전할 가능성이 커졌다. 내년 7월까지 세계 랭킹에 따른 올림픽 랭킹에서 60위 이내에 들면 출전 자격을 얻는데 안병훈의 현재 세계 랭킹은 한국 선수 중 최고다.
2009년 ‘한중 핑퐁 커플’인 아버지 안재형(오른쪽), 어머니 자오즈민 씨(왼쪽)와 환하게 웃고 있는 안병훈. 동아일보DB
자오 씨는 중국에서 이동전화 부가서비스 업체 대표이사를 맡아 한중을 오가며 사업을 하고 있다. 안병훈은 미국 올랜도에서 73세 할머니와 살고 있다. 아버지 안 씨는 구력 15년에 골프는 보기 플레이 수준. 안병훈은 “내가 크고 느려 탁구를 안 했지만 부모님은 언제나 내 롤모델이다. 운동선수로서 갖춰야 될 많은 걸 가르쳐 주셨다”며 고마워했다.
김종석 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