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립박물관 시민 기증 유물특별전… 1990년부터 3000점 넘는 유물 모아 협궤열차 기관사복-염전자료 등 광복이후 인천역사 고스란히 담아
“물론입니다. 시민들이 살아 온 과거의 삶이 투영된 자료는 무엇이든 전시물이 될 수 있습니다.” 인천시립박물관에 이 같은 유물 기증 문의가 잇따르고 있다.
인천 남구 유재권 씨(82)는 지난해 인천시립박물관에 퇴영(전역)증서를 기증했다. 1959년 육군참모총장이 발행한 이 증서에는 병장으로 제대한 그의 군번과 소속 부대, 근무 기간과 함께 ‘육군 현역에서 예비역으로 편입된다’고 적혀 있다. 인천시립박물관은 기증유물심의위원회를 열어 이 증서가 당시 병무행정을 반영하는 소중한 자료라고 판단해 전시 유물로 결정했다. 유 씨를 포함한 유물 기증자 13명에게는 증서와 감사패를 주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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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이 기증한 유물의 종류도 다양하다. 돌도끼나 화살촉과 같은 선사시대 유물과 조선시대 청화백자 항아리 등 사료적 가치가 높은 유물이 많다. 광복 이후 인천의 역사와 시민들의 삶이 고스란히 반영된 유물도 상당수에 이른다.
일제강점기 서해안에서 생산한 소금을 경기 수원 일대로 실어 나르던 수인선 협궤열차가 1994년 운행을 중단할 때 마지막 기관사로 근무했던 박수광 씨는 자신이 입었던 기관사복을 기증했다. 김명국 씨는 1963년 설립돼 소금을 생산해 판매한 국영기업인 대한염업주식회사에서 근무할 때 모았던 염전 관련 자료를 내놓았다. 이들 자료엔 1970년대 인천의 남동, 소래, 군자 염전 사진과 도면, 당시 염전의 소금 생산량이 기록돼 있다.
이 밖에 1970년대 까까머리 학생들이 볼펜으로 꾹꾹 눌러 쓴 제물포고 동문회의 국민교육헌장 필사본과 당시 교복, 가방, 잡지, 졸업앨범, 시내버스를 탈 때 냈던 회수권 등은 중장년 세대들에게 미소를 짓게 한다.
1970년대 동아일보 인천주안지국에서 독자들에게 증정품으로 나눠 준 것을 보관해 오다가 기증한 문명수 씨의 성냥도 눈길을 끈다. 인천항으로 수입된 원목이 많아 항구 곳곳에 성냥공장이 들어섰던 시대상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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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천 기자 kchw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