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전통 우방 사우디아라비아가 핵무기 독자 보유를 추진하고 있다는 관측이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가 핵무장에 돌입하면 이집트, 요르단, 터키 등도 핵무기 보유 경쟁에 나설 가능성기 제기돼 중동에서 ‘핵 도미노’ 현상이 일어날 것이라는 우려마저 나오고 있다.
영국 선데이타임즈는 17일 미국의 전직 고위 국방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사우디가 파키스탄과 재고 핵무기를 구입하는 방안을 오랫동안 논의해오고 있으며 이미 ‘전략적인 결정’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파키스탄은 약 120개의 핵무기를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핵무기 구입 결정이 내려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사우디는 무엇을 말하고 행동할지 결정했다”는 상반된 견해를 전했다.
이슬람 수니파인 사우디는 그동안 같은 수니파 국가인 파키스탄의 핵무기 개발을 재정적으로만 지원해왔다. 하지만 최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시아파 국가인 이란의 핵무기 개발을 허가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직접 핵무기 보유로 안보 전략을 바꿨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원자력에너지 개발사업을 추진 중인 사우디가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금지 규정을 거부하는 등 핵개발 가능성과 연관된 미심쩍은 행동을 하고 있다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사우디가 실제 핵무기를 보유하는 상황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되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14일 ‘중동국가들이 어떤 말을 하더라도 이란 핵무기가 중동의 핵 보유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 신문은 이어 “최근 사우디에서 독립적인 행보를 보이는 파키스탄이 핵무기 관련 기술을 사우디에 제공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며 “게다가 사우디는 핵무기 관련 기술 및 인프라가 매우 취약한데다 원자력에너지 개발사업을 추진하려면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를 금지하고 있는 국제원자력기구(IAEA) 규정에 반드시 서명해야 하기 때문에 쉬운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유종 기자 pe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