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가 자전거 늘며 절도 수법 진화… ‘장물 중고’ 거래 기승
요즘 충북 청주상당경찰서 생활범죄수사팀에는 이런 내용의 전화가 하루 100통 가까이 걸려온다. 최근 1년 새 청주지역에서 자전거를 도난당한 피해자들이다. 이들은 12일 경찰이 시내 곳곳에 내건 ‘잃어버린 자전거 찾아가세요’라는 현수막을 보고 전화를 걸었다. 전화뿐 아니라 직접 경찰서를 찾거나 외국에서도 소식을 듣고 확인 요청이 올 정도다.
앞서 경찰은 11일 15년가량 자전거 판매점을 운영한 이모 씨(54)를 붙잡았다. 그의 가게에선 자전거 200여 대가 발견됐다. 이 씨는 보조바퀴가 달린 아동용 자전거부터 값비싼 산악자전거(MTB)까지 닥치는 대로 훔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훔친 자전거를 재조립한 뒤 자신의 점포 상표를 붙여 싸게 되팔았는데 워낙 감쪽같아 원래 주인조차 알아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경찰은 이 씨 가게에서 발견된 자전거와 신고된 내용을 일일이 대조하며 도난품 여부를 확인 중이다. 박용덕 생활범죄수사팀장은 “이 씨 가게에 있던 자전거 수보다 훨씬 많은 문의전화가 걸려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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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경찰청에 따르면 지난해 발생한 자전거 절도는 2만2358건으로 전년(1만5773건)보다 무려 42%가량 증가했다. 수법도 다양하다. 잠금장치를 열거나 절단한 뒤 통째로 들고 가는 고전적 사례는 여전하다. 자전거 점포를 운영하는 정광택 씨(55·서울 양천구)는 “아예 자물쇠가 채워진 채로 자전거를 들고 와 ‘비밀번호를 잊었는데 자물쇠를 끊어 달라’는 절도범도 봤다”고 말했다. 최근에는 안장 바퀴 전조등 같은 부품만 골라 훔치는 일이 늘고 있다. 훔친 부품을 재조립해 완전히 새로운 자전거를 만든 뒤 온라인 중고장터에 내놓기 위해서다.
경찰청은 올 2월 전국 55개 경찰서에 ‘생활범죄수사팀’을 신설해 휴대전화 자전거 오토바이 등의 절도사건 수사를 맡겼다. 그러나 기존 방식으로는 수사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한 경찰 관계자는 “자전거 절도범이 100m 이동한 걸 폐쇄회로(CC)TV로 확인하려면 꼬박 하루가 걸린다”며 “투입하는 인력이나 시간이 강력범죄 수사와 비슷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일부 지역에서 ‘자전거 등록제’(자전거 차대번호를 지방자치단체에 등록하는 것)를 시행 중이지만 효과는 크지 않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근에는 첨단 정보기술(IT)을 이용한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자체와 함께 근거리무선통신(NFC)을 수사에 활용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NFC 칩에 자전거 소유자의 정보가 들어 있어 경찰이 스마트폰을 이용해 즉석에서 도난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
전문가들은 자전거 소유자의 각별한 주의도 당부했다. 인터넷 자전거 동호회 ‘자전거로 출퇴근하는 사람들(자출사)’의 매니저 권남욱 씨(45)는 “가급적 실내에 보관하고 불가피할 경우 바퀴보다 몸체에 잠금장치를 고정하는 것이 좋다”며 “분실에 대비해 자전거 차대번호를 적어 놓거나 자전거 외관 사진을 미리 찍어 둬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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