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부회장, 사회문화사업 총괄 그룹 계열사 ‘수장’ 처음 맡아… 재계 “경영승계 부담 작은 것부터”
이 부회장은 2010년 사장, 2012년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하면서 삼성그룹 후계자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그러나 삼성전자를 비롯한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나 재단 이사장 등을 맡은 적은 한 번도 없다. 계열사 등기이사를 맡았던 것도 2004년 7월∼2008년 5월 에스엘시디(2012년 삼성디스플레이에 합병)에서가 유일하다.
삼성그룹 안팎에서는 1991년 삼성전자에 입사한 뒤 20여 년간 경영수업을 받아온 이 부회장이 언제쯤 전면에 나설지 주목해 왔다. 특히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자리를 비운 지난 1년간 이 부회장은 사실상 그룹 최고위 경영자 역할을 해왔기 때문에 승계 공식화는 시간문제나 다름없다는 시선이 많았다.
하지만 삼성생명공익재단 이사인 김종석 홍익대 경영학부 교수는 “삼성으로서는 승계를 위한 여러 작업이 불가피하겠지만 이번 이사장 선임은 공익재단 업무의 정상화로 보는 게 맞다”고 설명했다. 삼성생명공익재단은 현재 삼성생명 지분 2.2%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해 6월 “삼성서울병원의 결손금을 줄이기 위해서”란 이유로 4.7% 중 2.5%(당시 약 5000억 원)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삼성문화재단은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을 각각 4.7%, 3.1% 갖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재단들이 주력 계열사 지분을 추가로 사들여 이사장에 오른 이 부회장의 그룹 경영 지배력을 높일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그러나 삼성그룹은 “삼성생명은 이 회장과 제일모직이 40%의 지분을 확보해 추가적인 경영권 확보가 필요하지 않은 상황”이라고 일축했다. 이 회장의 자산을 이 부회장에게 곧바로 상속하는 대신 우호 지분 역할을 할 수 있는 재단에 출연할 가능성에 대해서도 삼성그룹은 전면 부인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재단을 활용한 편법 증여는 해서도 안 되고 그렇게 할 계획도 없다”며 “상속 관련 세금은 법이 정하는 대로 투명하고 당당하게 납부하기로 이미 여러 차례 천명한 바 있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는 그룹 각 계열사들에 ‘선택과 집중’을 통한 체질 변화를 주문하고 있는 이 부회장이 사회문화재단에는 어떤 변화를 불러올지도 주목된다. 또 평소 바이오와 헬스케어 등에도 꾸준히 관심을 보여 온 이 부회장이 삼성전자와 삼성서울병원 간 시너지를 만들 신사업 개발에 나설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김창덕 drake007@donga.com·황태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