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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대 문헌정보학과 “미래 주인공은 데이터 분석가” 전남 공공도서관장 중 3분의 2가…

입력 | 2015-05-15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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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 현장과 동일한 전산화 작업환경을 갖춘 전산화실습실. NT서버 1대와 PC 30대(클라이언트용) 규모의 실습실로 전국 문헌정보학과중 최대, 최신 시설을 갖춘 곳으로 유명하다.


2013년 말 정부 주관으로는 처음 개최한 ‘제1회 빅데이터 분석 경진대회’. 미래창조과학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이 빅데이터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 발굴을 목적으로 연 이 행사에는 전국에서 다양한 전공의 대학생들이 대거 참여했다. 당시 심사를 맡은 최재원 빅데이터 전문가(다음소프트 이사)는 “비정형데이터 분석을 위한 텍스트마이닝(text-mining) 기술을 사용할 줄 아는 전산학이나, 추출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상관성을 찾아내는 통계학 전공자들이 유리할 것이라는 생각을 갖고 심사했지만 나의 예상을 깨고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이 대상을 차지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예전 같으면 도서관 사서를 연상하는 문헌정보학과와 빅데이트 간에는 어떤 연관이 있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 빅데이터는 데이터를 추출하고 그 데이터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분석 과정과, 그 패턴에서 의미를 찾아서 가치를 덧붙이는 해석 과정으로 이뤄져 있다고 한다. 이를테면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의 작은 날갯짓이나 크기, 색깔을 보는 것이 분석이라면, 새 무리가 어디로, 어떤 모양으로, 무슨 이유로 날아가는지를 찾아내는 것이 해석이라는 설명이다. 비즈니스 측면에서 보자면 빅데이터는 분석 과정보다 해석 과정이 ‘돈’이 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흥미로운 점은 분석 과정은 전산학이나 통계학 등 기술적 영역에서 해결할 수 있지만 해석 과정은 기술적 영역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해석 과정은 인간이나 사회에 대한 이해, 즉 인문학적 통찰력이 필요한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최재원 이사는 빅데이터를 취급하는 자신의 회사에서도 해석 측면에서는 문헌정보학 전공자들이 능력을 발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세상은 빅데이터에 기반한 의사 결정 시대로 바뀌고 있다. 데이터를 읽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해석하는 사람이 미래의 주인공이 된다는 뜻이다. 이 점에서 문헌정보학과 출신들은 유리한 위치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문헌정보학의 영문 명칭(Library and Information Science)에서 보듯이, 인류가 지금까지 쌓아온 거대한 문헌 정보들을 어떻게 하면 체계적으로 요리하고 다듬어내 독자들에게 서비스할 것인가를 과학적으로 연구하는 학문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광주대 문헌정보학과 학과장인 윤정기 교수는 “문헌정보학은 21세기 지식기반 사회에서 지식정보의 형태, 생산, 행동, 유통을 연구하는 학문으로 이를 전공한 사람들이 빅데이터를 다루는 데 강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빅데이터의 가장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 제대로 된 정보를 가려내고 관리할 줄 아는 안목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학생들 대부분이 책을 좋아하기 때문에 인문학적 소양이 풍부한 것도 또다른 장점이다.

문헌정보학과장 윤정기 교수가 인터넷정보 검색에 대한 강의를 하고 있다.


윤 교수는 “다만 아직까지는 빅데이터의 근거 기반이 도서관 혹은 정보센터라는 초기적 형태인 만큼 문헌정보학과의 일차적 목표 역시 도서관과 정보센터 등의 업무수행에 필요한 지식과 실무를 연마시켜 사회 구성원들이 편하고 정확하게 정보에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중견사서를 양성하는데 있다”고 밝혔다.

광주대 문헌정보학과의 이 같은 기본 목표는 광주, 전남지역에서 이미 성과를 내고 있다. 문헌정보학과는 전국 대학에 40여 개가 있으나 광주, 전남권에서는 광주대, 전남대에만 있다. 즉 지역적 희소가치 때문에 지역에서 전공을 살린 취업률(사서자격증을 기반으로 하는 도서관 취업 기준)은 꾸준히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광주 중앙도서관장, 송정도서관장 등 전남권 공공도서관장 중 3분의 2가 광주대 문헌정보학과 출신일 정도다.

물론 문헌정보학 입학생들은 전남권뿐만 아니라 서울과 경기, 영남지역 등 각지에서 찾아온다. 1981년 광주대 개교와 함께 학과가 창설된 이래 지금까지 배출한 2000여 명의 졸업생들은 전국 각지의 도서관 혹은 정보센터에서 기관장이나 간부로 활약하고 있다. 전국 단위의 동문 네트워크가 후배들의 사회 진출에 도움을 주고 있음은 물론이다.

학과는 사회에서 필요한 인재를 배출하기 위해 집중적인 교육 투자를 하고 있다. 정보 기술 능력을 갖춘 전문사서를 필요로 하는 도서관의 요구에 부응하기 위해 최신, 최대 규모의 컴퓨터 실습실을 갖추고 있다.

특히 전산화 실습실은 NT서버 1대와 PC 30대(클라이언트용)를 갖춰 도서관 현장과 동일한 전산 환경을 구축해 놓았다. 여기서 인터넷 정보 검색과 프로그래밍 등 컴퓨터 지식 습득은 물론 도서관 전산화에 대한 제반 실습도 하고 있다. 교육 과정 중 도서관 전산화론, 정보검색론, 메타데이터의 이해, 전산목록실습, DB탐색실습, 정보처리법 등의 과목도 이곳에서 배운다.

현장 감각을 갖추도록 매년 국립중앙도서관, 국회도서관, 국가기록원 등 도서관 현장 견학은 필수다. 현장 견학과 실습 과정을 거친 학생들은 도서관에 취업하면 수습 과정을 거칠 필요 없이 바로 업무를 처리할 수 있을 정도다.

4명의 전임 교수가 이끄는 학과는 책을 통한 사제 관계도 끈끈하다. 책을 좋아해 처음부터 문헌정보학을 목표로 입학하는 학생들이 많다보니 교수들은 학생들의 독서활동을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윤 교수는 “학기마다 책 한권 함께 읽기 운동을 벌이고 있다. 작년 2학기에는 ‘꾸뻬씨의 행복여행’을 읽고 서로 토론해보자고 했는데 50명의 학생들이 동참했다. 이러한 정서적 교감은 학생들에 대한 진로 지도에도 많은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문헌정보학과 학생들은 대학 입학 전과 후가 확연히 달라진다. 성적이 안 좋아 위축된 학생들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꿈과 희망을 부여해 자신의 적성과 장점에 맞는 진로를 찾도록 지도한다. 그러면 생활태도가 놀라울 정도로 긍정적으로 변하고 자신감을 갖게 된다. 기본적으로 책을 좋아하는 학생들의 고운 심성이 바탕이 되기 때문일 것이다. 또 학과 교수들은 문헌정보학 전공만 고집하지 않는다. 오히려 복수전공을 유도해 독서와 관련한 상담심리학, 어학 분야 등으로 진로 선택의 길을 넓히도록 하고 있다. 우리 학과 학생들은 수업 태도도 좋기 때문에 타과 교수들도 우리 학생들의 복수 전공을 환영하는 편이다.”

윤 교수의 말처럼 이 학과 출신 중 일부는 심리상담사, 검찰 사무직 공무원, 사시합격 등으로 진로를 바꾸기도 한다. 물론 대개의 학생들은 전공을 살려 나간다. 2학년인 여지원 씨는 “1학년 때 지도교수가 동기생들을 한 명, 한 명씩 만나 진로 상담을 해주었다. 내 경우엔 목표인 사서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과정을 밟아야 하고 무엇을 공부해야 하는지 등을 자상하게 지도해주셔서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3학년 박해리 씨는 “문화적 혜택을 잘 누리지 못한 시골 지역의 조그마한 학교에서 사서 교사가 되는 게 목표”라면서 “지도교수의 조언에 따라 사서교사가 될 수 있는 교직 과정을 이수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학과 학생들은 졸업과 함께 ‘정사서 2급’ 자격증을 받고 도서관이나 기업의 정보 자료실 등에서 전문사서로 일하거나, 사서직 공무원 시험을 본다. 사서직 공무원의 지원자격은 문헌정보학과 출신들로 제한돼 있어 다른 분야보다 공무원직 진출에 유리하다. 또 광주대 문헌정보학 교수들은 사서직 공무원 시험을 출제해본 경험이 많아 유리하다. 2학년인 서은재 씨는 처음부터 사서직 공무원이 되기 위해 이 학과를 지원했는데, 지도교수가 짧게는 월 단위, 길게는 연 단위로 계획을 세워 실천하도록 꼼꼼하게 지도해주고 있다고 말했다. 교수들의 열정적인 지도 덕분인지 이 학과에서는 매년 2, 3명의 사서직 공무원 합격자가 나온다. 극히 적은 인원을 뽑는다는 점을 감안하면 알찬 성과라 할 수 있다.

이외에 문헌정보학과 출신들은 일정 자격만 갖추면 기록관리사, 고문헌연구사, 서지학자, 독서지도사 등 책과 관련한 다양한 직종으로 진출할 수 있다. 또 정보설계사, 정보분석사, 지식큐레이터 같은 빅데이터를 다루는 분야도 문호가 활짝 열려 있다.

프로젝션, 스크린, DVD 및 음향 장비 등 영상 강의 환경을 두루 갖추고 있는 종합강의실은 학생들의 자율 학습을 위한 공간으로도 개방돼 있다.


이 학과 학생들의 전체 취업률은 어떠할까. 문과 계통은 특성상 50% 이상의 취업률만 유지해도 ‘대박’에 가까운 성과라는 게 요즘의 대학가 분위기다. 광주대 문헌정보학과의 취업률은 2012년 64.3%, 2013년 51.5%를 기록한 데 이어 2014년에는 57.0%를 기록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특히 지난해는 전공과 일치하는 직업군으로 진출한 비율이 72.2%나 됐다. 그만큼 전공 만족도가 높다고 볼 수 있다.

2016학년도 기준으로 광주대학교 문헌정보학과의 입학 정보는 다음과 같다. 총 모집 인원은 40명으로 수시에서 33명(이월 1명 포함)을 선발하고 나머지 8명은 정시에서 선발한다. 수시모집의 학생부교과전형은 학생부 78.3%+면접 21.7%를 반영한다. 학교생활기록부의 교과 성적은 1학년 30%+2학년 40%+3학년 30%를 반영하며 최저학력기준은 없다. 면접은 기본소양, 지원동기 중심으로 질문하는데, 2인 이상의 면접 위원이 광주대의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기본 역량을 갖추고 있는지를 평가한다. 정시모집에서는 수능 100%로 선발하며 면접은 보지 않는다. 수능 반영 영역은 국어 30%+수학 30%+영어 30%+탐구(사/과/직) 10%. 국·영·수는 필수이고, 탐구 영역은 1과목만 선택 반영한다.

지난해의 경우 수시 1차 모집(34명 선발)에 70명이 지원해 2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합격자 성적은 대략 상위 3.2~하위 4.3등급이었다. 수시 2차 모집(3명 선발) 경쟁률은 7.3 대 1로 합격자 성적은 상위 2.0~ 하위 2.3등급이었다. 정시 경쟁률은 1.5 대 1로 합격자 성적은 백분위로 상위 66.2~하위 39.9%였다.

※이 기사의 취재에는 한국교육정책교사연대 박성근 교사(광주 숭일고)가 함께했습니다.

광주=안영배 콘텐츠기획본부 전문기자(동아일보 대학세상 www.daese.c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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