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아스포라(Diaspora)’는 ‘흩어지다’란 의미를 갖고 있다. 원래 팔레스타인을 떠나 다른 나라에 정착한 유대인을 가리키는 말이었으나 고국을 떠나는 사람이나 집단 이주민 등의 의미로 넓게 쓰인다. 객가인의 해외 이주를 ‘중국판 디아스포라’라고 일컫는다.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개념은 19세기 말 기울어진 나라의 운명 앞에서 어쩔 수 없이 연해주로, 스탈린 치하에서 강제로 중앙아시아로 재이주를 했던 한인들로 거슬러 간다.
▷그제 방영된 다큐멘터리 ‘안현수, 두 개의 조국, 하나의 사랑’은 21세기 코리안 디아스포라의 삶을 통해 시청자의 눈시울을 뜨겁게 만들었다. 국내에서 한물간 선수로 취급받다 2011년 러시아로 귀화한 안현수 선수와, 그가 2014년 소치 올림픽에서 3관왕을 차지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했던 아내 우나리. 방 하나짜리 선수촌 숙소에 신혼 보금자리를 꾸민 부부의 절절한 사랑이 누리꾼 사이에 화제다. 운동을 계속하고 싶다는 열정 하나로 온갖 고난을 딛고 러시아 쇼트트랙의 영웅이 된 남편, 비좁은 화장대와 세면대에서 밥 해먹고 설거지하며 묵묵히 그를 뒷바라지했던 아내, 둘은 사랑의 위대한 힘을 일깨워 준다.
고미석 논설위원 mskoh11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