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체와 구직자 눈높이 차이로…
전체 고용의 88%를 담당하는 중소기업 채용 과정에서 구직자와 구인자의 눈높이 차이로 매년 8만 개가량의 일자리가 빈 채 방치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올 3월 15∼29세 청년 실업자(45만5000명)의 17.1%에 해당하는 수치로, 중소기업의 ‘채용 공백’만 해소해도 청년실업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1일 고용노동부와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종업원 5인 이상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들이 지난해 하반기 채용공고를 내고 구인활동을 벌였음에도 끝내 채용하지 못한 일자리(미충원 인원)가 7만7828개로 조사됐다. 이 중 6만여 개는 연구직이나 생산직 같은 이공계 일자리였고, 나머지 1만7000여 개는 사무직이나 서비스·판매와 같은 인문·사회·예체능계 일자리였다. 미충원 인원은 2012년 하반기 8만777개(미충원율 18.0%)에서 점차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8만 개 안팎에 머물러 있다. 채용 공백이 발생하는 이유는 이공계 일자리의 경우 대기업 쏠림 현상으로 중소기업이 원하는 인력이 많지 않기 때문이고, 인문계 일자리는 구직자들이 원치 않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중소기업은 기술 및 생산 관련 업무가 많아 현장에 바로 투입할 수 있는 이공계 인력을 선호하지만, 대기업이 우수 연구개발(R&D) 인력들을 ‘입도선매’하는 탓에 쓸 만한 인력을 찾기 어렵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 이공계는 적격자 부족… 인문계는 처우 불만에 외면 ▼
주인 못찾는 中企일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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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면 비이공계 출신이 지원 가능한 1만7000여 개의 사무직 및 판매직 일자리는 임금이 대기업에 비해 낮고 처우도 대기업만 못하다는 이유로 대졸자들이 선뜻 취업에 응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백필규 중소기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중소기업이 알고 보면 괜찮다는 식으로 구직자의 인식 개선만을 강요해선 안 된다”며 “구직자가 어느 정도 자기에게 적합하다고 여길 수 있는 일자리가 돼야 채용이 성사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정부는 비공대생을 대상으로 기술 재교육을 시켜 중소기업의 눈높이를 충족시키고, ‘중소기업 근무환경 개선’으로 대졸자의 눈높이를 맞춘다는 투 트랙 접근을 추진하고 있다.
우선 전문직업인 양성기관인 폴리텍대학의 전체 교과과정에서 단기간(1년)에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기능사 과정의 비중을 대폭 늘려 비이공계 출신의 기술 재교육을 지원할 계획이다.
청년들이 일을 하면서 직무훈련과 학업을 병행하는 ‘일-학습병행제’의 대상 범위도 고교생에서 전문대 및 4년제 대학 재학생으로 확대한다. 중소기업 근로자의 처우 개선을 위해 우수 인력에 대한 성과보상기금을 늘리고, 교육과정 개설 및 연수 프로그램 마련 등 다양한 경력 개발의 기회를 제공할 방침이다. 취업자의 전직을 막기 위해 고용주에게 일회성 채용장려금을 주는 방식이 아니라 일정 기간 근무한 취업자에게 꾸준히 근속장려금을 주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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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손영일 기자 scud200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