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트렌드 생활정보 International edition 매체

尹-洪 1억의 재구성… 檢, 의원회관 도면-남색 에쿠스 추적

입력 | 2015-05-07 03:00:00

[성완종 게이트/홍준표 8일 소환]




한쪽은 치명상… 洪지사-金총장 얄궂은 운명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에게서 1억 원을 받은 혐의로 검찰의 소환 통보를 받은 홍준표 경남지사가 6일 경남도청 집무실로 취재진을 불러 사건 관련 내용을 정리한 수첩을 보면서 검찰 수사를 조목조목 비판하고 있다(왼쪽 사진). 홍 지사에 대한 소환 조사를 이틀 앞둔 6일 오전 김진태 검찰총장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창원=서영수 기자 kuki@donga.com·뉴시스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국회사무처에 옛 국회 의원회관 설계도면과 배치도를 제출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6일 확인됐다.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이 성 회장의 지시로 홍준표 경남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한 장소를 국회 의원회관으로 특정하고 구체적인 전달 상황과 이동경로 등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검찰은 또 홍준표 경남지사가 2011년 6월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타고 다녔던 짙은 남색 에쿠스 승용차가 ‘1억 원 수수’ 의혹을 풀 핵심 단서인 것으로 보고 이 차에 관해 집중 조사 중이다. 검찰은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받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홍 지사 측의 경선자금과 후원금 등에 관한 회계자료를 6일 오후 중앙선관위에서 제출받았으며, 8일 홍 지사를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할 예정이다.

○ 구체화되는 2011년 6월 행적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윤 전 부사장 등의 진술을 토대로 국회 의원회관 주차장과 회관 내 접견 공간, 홍 지사의 의원 시절 국회 사무실 등을 홍 지사 측이 돈을 건네받고 이동한 경로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회 의원회관은 2012년 증·개축됐다. 윤 전 부사장이 금품을 전달했다는 2011년 6월 당시 구조와는 전혀 다르다. 4년 가까이 시간이 지나 의원회관 주변 폐쇄회로(CC)TV나 차량 블랙박스 등을 확보하기 어렵다. 검찰이 국회사무처에 옛 의원회관의 설계도면과 배치도 제출을 요청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당시 상황의 현장검증을 도상(圖上)에서 미리 해보겠다는 것이다.

검찰은 또 5, 6일 홍 지사의 보좌관과 수행비서 등을 불러 2011년 6월 당시 홍 지사가 이용했던 남색 에쿠스 차량의 번호를 물었다. 홍 지사에게 1억 원을 건넸다고 주장하는 윤모 전 경남기업 부사장과 당시 동행한 그의 아내에게도 홍 지사 차량의 모델과 번호, 차가 서 있었던 상황 등을 세밀하게 물어본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부사장 부부는 비교적 구체적으로 당시 차량을 기억했다. 그러나 홍 지사의 측근들은 “3년 이상 지난 상황이라 정확한 차량 번호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윤 전 부사장은 1억 원을 쇼핑백에 넣어 아내가 운전하는 차량을 타고 국회 의원회관으로 이동해 홍 지사의 남색 에쿠스에 옮겨 탄 뒤 동승한 나경범 보좌관(현 경남도 서울본부장)에게 이 돈을 건넸다고 진술한 상황이다.

○ “윤 씨, 조서 없이 수차례 조사해 진술 조정”

홍 지사는 이날 오전 경남 창원시 경남도청 집무실로 기자들을 불러 검찰 수사를 조목조목 반박했다. 특히 그는 검찰이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을 조정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반나절이면 조사할 수 있는 윤 전 부사장을 1개월가량 조서를 작성하지 않은 채 검찰 청사 안팎에서 조사했고 이를 통해 조서에 기록할 진술 내용을 통제했다는 주장이다. 홍 지사는 “성 회장이 사망 전 검찰에 출석해 ‘윤 전 부사장의 생활자금이었다’고 진술한 문제의 1억 원이 나의 불법 정치자금으로 둔갑했다”고 주장했다. 이는 기소 후 벌어질 법리 다툼을 감안해 윤 전 부사장의 진술과 성 회장이 남긴 메모의 증거 능력을 흔들려는 의도로 보인다.

홍 지사는 윤 전 부사장의 ‘배달 사고’ 가능성도 강하게 시사했다. 그는 “업무 부사장이 아니라 정무 부사장이었던 윤 전 부사장은 정치권 로비창구로서 많은 돈 심부름을 하며 배달 사고도 있었을(냈을) 것”이라며 “성 회장이 사망 전 (경남기업 박준호 전 상무와 이용기 부장 등) 측근을 데리고 윤 전 부사장을 만나 금품 전달 사실을 확인하고 녹취까지 한 것도 배달 사고를 염두에 뒀기 때문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사팀은 홍 지사의 비판에 대해 공식 입장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윤 전 부사장의 진술이 처음과 크게 달리지지 않았고 진술을 뒷받침하는 증거도 확보한 만큼 신빙성에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한 검찰 관계자는 “참고인의 건강 상태를 고려해 방문 조사를 벌이는 경우는 종종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이날 홍 지사의 측근 김해수 전 대통령정무비서관(58)을 소환해 홍 지사의 지시를 받아 윤 전 부사장에게 전화를 걸어 회유 또는 입막음을 시도했는지도 조사했다. 김 전 비서관은 “홍 지사와 관계없이 평소 친분이 있는 윤 전 부사장에게 사건에 대해 물어봤을 뿐”이라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건희 becom@donga.com·변종국 / 창원=강정훈 기자 manman@donga.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