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光州 방문] ‘재보선 참패’ 민심 추스르기
“호남 우롱 말라” 현수막 들고 시위 4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광주 방문을 앞두고 현지 민심은 싸늘했다. 이날 광주공항 출구에서는 ‘새정치민주연합 개혁을 바라는 시민모임’ 회원들이 ‘문재인은 더이상 호남 민심을 우롱하지 말라’라고 쓴 현수막을 든 채 항의하고 있다. 광주=박영철 기자 skyblue@donga.com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가 4일 오후 2시경 광주공항에 도착했을 때 그를 기다린 플래카드 문구였다.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뒤 사실상 ‘낙선인사’를 겸해 찾은 광주의 민심이었다. 플래카드를 든 ‘새정치민주연합 개혁을 바라는 시민모임’ 회원 20여 명은 성명서에서 “선거 때는 1박 2일 일정 등 6번이나 다녀갔던 광주를 이번에는 겨우 2, 3시간 남짓 방문해 지역 주민에게 사과의 인사를 하고 곧바로 귀경한다니 광주 방문의 진정성이 의심된다”고 비판했다. 이에 대해 새정치연합 관계자는 “사실상 천정배 의원 측 지지자들이었다”며 “광주시민의 뜻은 아니라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문 대표는 공항 출구에 나타나지 않았다. 문 대표를 만나 항의하겠다는 이들을 피해 귀빈 통로로 공항을 빠져나왔다. 호남 민심을 추스르기 위해 광주에 간다고 했지만 정작 자신을 향한 날선 비난과 항의는 외면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마을회관 찾은 文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 4·29 재·보궐선거에서 참패한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오른쪽)가 4일 다시 광주 서구 발산마을회관을 찾아 주민의 손을 잡고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날 문 대표는 “우리 당의 모든 기득권을 내려놓고 더 크게 혁신하고 더 크게 통합하겠다”고 말했다.
▽주민 곽창기 씨=“광주 서을은 ‘주인다운 국회의원’이 없었다. (앞으로) 공천을 할 때 문 대표 주위에 있는 사람 얘기만 듣지 말고 ‘울타리 밖 이야기’를 많이 들어 달라. (광주 서을의) 주인을 좀 찾아 달라.”
▽윤명규 발산마을 만드리보존회 위원장=“농사짓는 농민들이 뭘 원하는지 (새정치연합은) 알고나 있는지…. 제1 야당이 이들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농민 편에 서 줘야 하는 것 아닌가.”
▽박종옥 전 서구의회 의장=“(야당이) 똘똘 뭉쳐 정말 야당다운 야당 역할을 해서 ‘변했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어야 한다. 정말 문 대표가 ‘피 보더니 핏값 하더라’라는 소리 들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문 대표는 시종 굳은 표정을 지으며 “새롭게 태어나겠다”는 답변만 했다. 간간이 날선 얘기가 쏟아질 때는 입술을 굳게 깨물기도 했다.
○ 문 대표 “기득권 내려놓고 더 혁신할 것”
문 대표를 만난 주민들 일부는 “실망하지 마라”며 문 대표를 위로했다. 문 대표도 “회초리 맞으면서 이번에 민심을 겸허하게 받들고 완전히 새로운 정당을 만들겠다”며 “더 크게 통합해서 당내에서도 친노 비노 이런 계파 소리가 나오지 않게끔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발산마을회관에서 만난 노인들은 “(재·보선 날) 투표 안 했다” “한두 사람이 아니라 몇십만 명이 투표해 (새정치연합 후보가) 떨어진 것인데 우리가 말해서 말이 먹히겠느냐”며 싸늘한 반응을 보였다.
문 대표는 이 주민들만 2시간 정도 만난 뒤 곧바로 귀경했다. 당 일각에선 “선거 기간에 만났던 편한 주민들만 만난 것은 정치적 쇼 아니냐”는 비판도 나왔다.
광주=황형준 기자 constant25@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