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로 전주국제영화제 찾은 中 현대미술 작가 펑정제
1일 전북 전주시 고사동의 한 카페에서 만난 펑정제 씨는 “영화를 찍을 때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을 이야기하는 관객들을 만날 수 있어 기뻤다”고 말했다. 레드필 제공
1일 전북 전주의 한 카페에서 만난 펑정제 씨(47)는 그의 화폭을 쏙 빼닮은 빨간색 바지와 청록색 점퍼 차림이었다. 제16회 전주국제영화제 초청작 ‘펑정지에는 펑정지에다’의 주연 배우로 전주를 방문한 그였지만 옷차림은 화가로서의 그다웠다. 대표적인 중국 현대미술 작가 중 한 명으로 손꼽히는 그는 강렬한 원색 대비와 외사시를 한 여인의 인물화로 잘 알려져 있다.
“예전에도 영화에 카메오로 출연해 달라거나 영상 작업을 함께하자는 제안은 많았지만 모두 거절했었습니다. 하지만 ‘펑정지에…’는 상투적인 영상 문법에 기대지 않은 작업이라고 생각해서 출연을 수락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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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제주도, 시안, 베이징 등에서 약 1년 동안 촬영됐다. 영화 속에서 그는 만리장성, 사막, 베이징의 밤거리 등을 끊임없이 걷는다. 민 감독은 “사막 장면은 얇은 겉옷만 걸쳤지만 실은 영하 20도의 강추위에서 촬영한 것”이라며 “이해하기 힘든 지시도 있었을 텐데 단 한 번도 불평하거나 ‘왜 이렇게 찍는 거냐?’고 묻지 않았다”고 전했다.
펑 씨는 “처음 그림을 배울 때도 그저 너무 좋아서 손이 부르트고 콧물을 흘리면서도 몇 시간이고 추위 속에서 그림을 그렸었다. 연기 역시 처음 해보는 것이니 그저 즐거워서 그렇게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또 마치 여느 연기자들처럼 “나보다는 무거운 장비를 든 감독과 스태프들이 훨씬 고생했다”며 공을 주위에 돌리기도 했다.
2013년 제주도에 개인 스튜디오를 열기도 한 그는 현재 중국과 싱가포르를 오가며 새로운 작품 작업에 몰두하고 있다. 5월에는 제주, 6월에는 유럽에서 전시회도 계획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요즘 그는 새벽에 일어나 운동을 한 뒤 밤늦게까지 작업에 몰두하는 단조로운 일과를 소화하고 있다고 했다. “영화에서 고뇌하는 예술가를 연기하고 있지만 실은 전 그렇게까지 고뇌하는 편은 아니에요. 그저 그릴 뿐이죠. 영화제에 배우로 참석하는 이 경험이 끝나고 나면 다시 화가로서의 제 일상으로 돌아갈 겁니다.”
이새샘 기자 iamsa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