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우리 뇌다/다크 스왑 지음·신순림 옮김/568쪽·2만5000원·열린책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대 신경생물학과 교수인 저자의 핵심 주장을 딱 한 줄로 표현하자면 ‘모든 것이 자궁 안에서 결정된다’는 것. 아버지와 어머니의 유전자가 섞여 태아가 생성된 후 자궁 안에서 뇌가 프로그래밍 되는 과정에서 다양한 호르몬과 생화학 요인으로 개인의 성격, 재능, 한계 등 정체성이 모두 정해진다는 의미다.
나아가 지능 수준, 영성정도, 반사회적 경향성, 정신분열증, 자폐증, 우울증 같은 뇌 질환 가능성마저 대부분 이 시기에 결정된다. 저자는 이를 뒷받침하는 다양한 실험결과를 소개한다. 제2차 세계대전 말기인 1944∼45년 네덜란드는 기아가 심했고 당시 자궁 안에 있던 아기들은 불충분한 영양공급을 받아야 했다. 이들은 성인이 된 후 일반인보다 비만증에 잘 걸리는 경향을 보였다. 태아 때 영양이 충분히 공급되지 못하다 보니 모든 칼로리를 저장하도록 뇌가 신체를 조절해 놓았고 성인이 되어서도 그 기능이 그대로 작동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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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생 후 사회적 환경과 교육이 훨씬 덜 중요하다면? 모든 것이 태아 때 결정된다면 교육이라는 인간의 숭고한 노력은 필요를 넘어 가치조차 없는 것 아닐까? 이에 대해 저자는 ‘인간이 지닌 내적 한계와 차이를 자연의 순리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를 통해 능력의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무한 경쟁 속으로 모두를 밀어 넣는 사회와 성소수자를 지나치게 비하하고 손가락질하는 분위기가 바뀔 수 있다는 것이다. 뇌과학을 통해 사회문제에 시사점을 주려는 저자의 시도가 색다르게 다가온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