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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룸/김상운]효전산고로 본 고전번역 문제점

입력 | 2015-04-28 03:00:00


김상운 문화부 기자

“드라마로 만듭시다!”

“음식에 대한 사실적이면서도 적절한 비유가 어우러진 묘사가 정말 대단합니다.”

“조선 후기 사회, 경제, 문화의 변화를 잘 보여 주는 사료입니다. 내용도 재밌어서 수업 시간에 교육 자료로 쓰기 좋을 것 같네요.”

동아일보가 24일자로 단독 보도한 ‘조선판 미슐랭 가이드 효전산고’ 기사를 본 독자들이 포털사이트에 남긴 댓글 중 일부다. 미각에 대한 세세한 기록이 드문 조선시대에 이처럼 다채로운 맛의 향연을 담은 문집이 안대회 성균관대 교수(한문학)에 의해 새로 발굴된 데 대해 독자들은 큰 관심을 보였다. 특히 효전이 미식에 대한 열정으로 유배지에 가서도 일본식 요리 도구를 구하거나, 사찰에서 냉면을 직접 뽑아 먹은 이야기 등은 스토리텔링 소재로도 흥미롭다는 반응이 적지 않았다.

그런데 이 기사를 쓰면서 학술 담당 기자로서 의아한 부분이 하나 있었다. 시인으로 유명한 효전의 대표 문집인 효전산고(孝田散稿)가 세상에 나온 지 벌써 200년이 다 돼 가는데도 안 교수의 논문이 나오기 전까지 음식 기록에 대한 분석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효전은 어느 지방을 유람하건 그곳 음식에 대한 품평을 반드시 일기 형식으로 남겼다.

효전산고뿐만이 아니다. 걸핏하면 반만년의 유구한 전통과 문화 강국을 내세우는 우리지만 정작 고전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절대 부족하다. 예컨대 조선시대 기록문화의 정수로 꼽히는 ‘승정원일기’는 분량에 비해 번역 인력이 태부족해 한글 완역까지 최소 48년이 더 걸릴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1993년 번역이 끝난 ‘조선왕조실록’도 오역이 많고 문장이 조잡해 다시 번역에 들어갔지만 현재의 속도라면 앞으로 20년 이상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 조선의 대표적인 관찬 사서 두 가지에 대한 번역 수준이 이 지경이라면 나머지 사서나 문집의 사정이 어떨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는다. 도대체 조선시대를 전공하는 역사학자들은 온전한 1차 사료도 없이 광복 이후 70년간 어떻게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한문 고전 번역 인력에 대한 지원이 절대 열악하다는 점이다. 고전번역 전문가가 되려면 교육부 산하 한국고전번역원이 운영하고 있는 고전번역교육원에서 최소 5년 이상 공부해야 한다. 그런데 고전번역원이 외부 번역위원들에게 지급하고 있는 번역료는 원고지 한 장에 1만4000원. 주석에 대한 고증 작업이 까다로운 고전 번역의 특성상 번역위원들이 1년에 작업할 수 있는 원고량은 1200∼1800장쯤 된다. 연봉 기준으로 최대 2500만 원가량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아무리 ‘열정 페이’를 들먹이더라도 이 정도의 보상만으로 5년 넘게 학업을 이어 가면서까지 누가 이 길을 선뜻 가려고 하겠는가.

우리는 1800년 5월 30일 ‘오회연교(五晦筵敎·오월 그믐 경연장에서 지시)’에서 정조가 격정을 토로한 장광설이 누구를 향한 것이었으며, 왜 그랬는지를 아직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노론 벽파에 대한 견제설부터 벽파 등용설, 탕평책 철폐설까지 온갖 추측만 나돌 뿐이다. 관련 사서에 대한 정확한 번역이 진작 이뤄졌더라면 역사 해석에 대한 혼란을 줄일 수 있지 않았을까. 말끝마다 역사를 바로 세우겠다는 위정자들은 우리 고전부터 찬찬히 읽어 볼 일이다.

김상운 문화부 기자 su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