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완종 게이트] 압수수색 대비 매뉴얼 만들어… 다이어리 등 신속히 빼돌린듯 檢수사 받아본 成-이규태-유병언… 증거인멸 철저한 준비 공통점
검찰이 최근 주요 사건 피의자들의 ‘수사 학습 효과’ 때문에 애를 먹고 있다. 이들이 과거 수사를 받아 본 경험을 살려 검찰에 한발 앞서 미리 대책을 마련해 놓기 때문이다.
27일 검찰에 따르면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지난달 12일 이완구 당시 국무총리가 해외 자원개발 비리 수사를 천명한 대국민 담화를 본 이후 거의 매일 대책회의를 열었다. 성 회장 측은 검찰의 압수수색에 대비해 ‘대응 매뉴얼’까지 만들어 실행에 옮긴 것으로 검찰은 보고 있다. 성 회장이 과거에도 회삿돈을 빼돌리다 두 차례나 검찰 수사를 받은 경험이 있어 가능한 일이었다.
검찰 특별수사팀(팀장 문무일 검사장)은 성 회장과 측근들이 평소에도 검찰의 압수수색 조짐이 보이면 곧바로 회장실 비서에게 연락해 보고서와 메모, 다이어리 등 성 회장의 관련 물품을 지하창고로 옮기도록 매뉴얼을 만들어 놓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이들이 지난달 18일 서울중앙지검 자원개발 비리 수사팀의 압수수색을 감지하고 이 매뉴얼에 따라 미리 자료를 파기하거나 은닉했다는 게 검찰의 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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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방위사업 비리로 구속 기소된 이규태 일광공영 회장(66)은 검찰 수사에 대비하기 위해 직원들만 아는 암호까지 만들었다. 2009년 조세 포탈 혐의 등으로 처벌받고 무기중개상 자격까지 일시 박탈당한 후 마련한 대책이다.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최근 공군 전자전 훈련장비(EWTS) 납품 비리로 수사가 시작되자 회사 직원들에게 “문자로 ‘1’이라는 메시지를 보내면 회사에 검찰이 온 것이니 출근하지 말라”고 지시했다. 압수수색 때 직원 협조를 원천 봉쇄해 검찰이 관련 자료를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도록 하기 위한 일종의 ‘자구책’인 셈이다. 성 회장이나 이 회장이 ‘흔적’을 남기지 않으려고 노력했다면, 고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은 아예 ‘그림자 경영’을 했다. 유 전 회장은 1991년 신도 자금 11억여 원을 가로챈 혐의로 4년간 수감 생활을 한 이후로는 공식 직함도 갖지 않았다. 청해진해운 등 자신이 사실상 소유한 기독교복음침례회(구원파) 계열사의 주식도 전혀 없다. 검찰 내부에서는 “유 회장이 경영상 책임이나 재산 추적을 피하기 위해 공식 서류에 자신의 이름을 아예 남기지 않은 것 아니냐”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조동주 djc@donga.com·변종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