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작품의 제목과 형식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는 종종 있습니다. 리스트의 ‘전주곡(Les Preludes)’은 전주곡 형식의 작품이 아니라 교향시입니다. ‘전주곡’이란 제목이 붙은 이유는, 시인 라마르틴이 쓴 ‘인생은 미지의 노래에 대한 전주곡’이란 표현에 영감을 받아 작곡했기 때문입니다.
야나체크의 현악4중주 ‘크로이처 소나타’도 이와 비슷합니다. 러시아 문호 레프 톨스토이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소나타 ‘크로이처’에 영감을 받아 1889년 ‘크로이처 소나타’라는 소설을 썼습니다. 남자 주인공이, 아내와 바이올리니스트가 크로이처 소나타를 연주하는 모습을 보다가 그 열정적인 모습에 아내를 의심하게 된다는 줄거리입니다. 이 소설에서 작가는 베토벤의 소나타에 대해 위험할 만큼 정열적인 작품으로 암시했습니다.
야나체크의 이 곡은 베토벤의 소나타만큼 널리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프라하의 봄·1988년)’에 쓰여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곡의 크로이처도, 톨스토이의 소설도 요즘 같은 봄날에 어울리는 열정을 담아낸 작품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야나체크의 시각이 지지할 만한 것이건, 아니건 말이죠.
유윤종 gustav@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