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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는 발빠른 ‘실속외교’… 朴대통령은 訪美 전략 있나

입력 | 2015-04-10 03:00:00

[위기의 한국외교]‘對美 6대 이슈’ 한국 외교력 시험대에




“한국에 ‘배드 뉴스(bad news·나쁜 소식)’가 줄줄이 나올 수 있다.”

미국 워싱턴의 한 외교 소식통은 최근 동아일보 기자와 만나 어두운 표정으로 이렇게 말했다. 이달 말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방미를 시작으로 6월로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의 방미까지 100여 일간 잇따라 예정된 대미 외교 이슈를 둘러싼 환경이 무엇 하나 한국에 우호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워싱턴 외교가에선 한국 정부가 치밀하고 입체적인 외교역량을 결집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① 아베 총리의 방미 및 상·하원 합동연설

한국 외교가는 아베 총리가 미 의회 연설에서 과거사 문제에 대해 한국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발언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이에 대해 워싱턴 외교가는 “한마디로 한국은 아베 총리의 방미 목적을 잘 모르고 있다”고 잘라 말한다. 한 소식통은 “아베 총리의 가장 중요한 방미 목적은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등 경제 협력이고 두 번째는 미일 안보 협력 가이드라인 개정 마무리”라며 과거사 문제는 기껏해야 원론적 언급이 나올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워싱턴 주미 대사관 관계자들도 당혹스러워하기는 마찬가지. 과거사 문제는 기본적으로 한일 양국 관계 사안인 데다 아베 총리 연설 내용의 결정권은 전적으로 총리 본인이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아베 총리가 과거사 문제에 보다 전향적인 내용을 담아야 한다는 내용을 미국 측에 반복적으로 전달하고는 있지만 미국을 설득하기에는 한계가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② 사드 한국 배치 문제

한국 정부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의 한반도 배치 이슈를 대미 외교의 핵심적 ‘레버리지(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시점도 놓쳤다는 지적이 흘러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미 정부가 조만간 사드의 한반도 배치를 공론화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가 7일 “사드는 북핵에 대한 결정적 군사 역량”이라고 이례적으로 강한 어조로 언급한 것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미 정부는 그동안 미중 간에 낀 한국 정부의 입장, 9월로 예정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미를 앞두고 대중 관계 악화 등을 고려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한 공론화를 미뤄 왔지만 한국이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 가입을 확정한 만큼 적절한 시점에 한국 정부에 사드 논의를 먼저 제안할 가능성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③ TPP 타결과 대미 통상 압력 가능성

아베 총리 방미를 계기로 일본이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전략 과제인 TPP에 전격 합의할 경우 한국은 미국 일본 등 12개 창립국이 만든 조건을 그대로 수용하면서 추가 가입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된다. 이 경우 국내에서는 ‘정부가 우물쭈물하다 창립 멤버가 될 기회를 놓쳤다’는 비판론이 비등할 가능성이 높다.

④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시한 임박

한미 양국의 의회 승인 절차 등을 고려할 때 발표가 임박했다는 것이 정설이다. 이미 지난해 말 주요 쟁점에 합의했지만 미국은 한국 내 여론 동향을 살피며 시점을 미뤄 왔다는 이야기도 들린다. 미국은 핵 비확산 원칙하에서 농축과 재처리 기술 허용 등 핵심 쟁점에 대해 한국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것이 확실시된다. 이런 결과에 대해 ‘핵 주권’을 외치는 국내 일부 세력이 반발하면서 한미 관계가 악화될 소지가 다분하다는 게 워싱턴 외교가의 시각이다.

⑤ 박 대통령 6월 방미

박 대통령의 6월 미국 방문은 당초 미 정부의 올 외교 스케줄에는 없었다.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방미가 현실화되자 한국 정부가 외교력을 동원해 박 대통령의 방미 일정을 성사시킨 것이다. 하지만 목적이나 어젠다가 뚜렷한 아베 총리와 시 주석의 방미에 비해 박 대통령이 6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이끌어내지 못할 경우 한국이 느낄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클 수도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워싱턴 싱크탱크 관계자는 “일본 정부는 아베 총리의 방미를 놓고 수개월간 공을 들였고 회담에 올릴 의제도 풍성하다”며 “반면 박 대통령 방미 때는 사드 배치, 한국의 AIIB 가입 등 한미 간 불편한 이슈가 더 눈에 띄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금이라도 박 대통령 방미 전 주요 어젠다에 대한 쟁점을 정리해 가시적인 성과를 내놓을 수 있는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⑥ 미일 안보가이드라인


미일 정부는 18년 만에 자위대 활동 범위를 현재 일본 주변 지역에서 세계 어디에서나 가능하도록 확대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미일 방위협력지침(안보가이드라인) 개정에 들어가 아베 총리 방미 때 확정할 예정이다. 미국의 방위비 분담과 일본의 ‘강한 일본’이라는 이익이 맞아떨어져 양측은 사상 최강의 안보협력 태세를 갖추게 된다. 동북아 군사 긴장은 높아질 수 있고 한국 역시 방위력을 늘려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워싱턴=이승헌 ddr@donga.com·신석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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