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산보다 무거운 죽음 새털보다 가벼운 죽음/김영수 지음/228쪽·1만3500원/어른의시간
춘추전국시대 신하 관중과 함께 천하의 패자(覇者)가 된 제환공은 관중이 죽고 말년에 주색을 탐하다가 신하들에게 별궁에 유폐당했다. 그는 죽은 지 60여 일 만에 발견됐다. 시신에서 나온 구더기가 별궁 담장을 넘은 걸 보고야 밝혀진 것.
불사(不死)를 꿈꾸던 진시황은 전국 순시를 돌다 숨졌다.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가 후계자를 태자 부소에서 호해로 바꾸는 일을 꾸미기 위해 진시황이 숨진 사실을 숨기고 시신을 원래 타던 가마에 방치했다. 시신 썩는 냄새를 들키지 않기 위해 진시황 가마 옆에 소금에 절인 생선 가마를 놔둘 정도였다.
반면 춘추전국시대 정나라의 재상 정자산은 숨진 뒤 백성의 추모를 한껏 받았다. 공자도 통곡하며 “옛사람의 유풍을 이어받아 백성을 사랑했다”고 애도했다.
그는 강대국 틈에 낀 약소국 정나라를 탁월한 외교 솜씨로 감히 넘볼 수 없게 만들었고, 성문법을 만들어 국가질서를 세움과 동시에 개혁을 추진해 국내 상황을 안정시켰다. 그가 세상을 떠나자 백성들은 모두 슬퍼했으나 정작 후손들은 장례비용이 없어 시신을 광주리에 메고 산에 가서 묻었다. 이를 안 백성들이 제대로 장례를 치르라고 돈과 패물을 가져왔으나 후손들은 거절했다. 그러자 백성들은 가져온 돈과 패물을 정자산 집 앞 시냇물에 던졌고 이후 이 시내를 금수하(金水河)라고 불렀다.
죽음은 삶의 의미를 확인하는 마지막 절차라는 것을 이 책은 보여준다. 책 제목은 사기의 구절에서 따왔다.
서정보 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