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던 아트 쿡북/메리 앤 코즈 지음/황근하 옮김/340쪽·1만8000원/디자인하우스
다섯 번째 장 ‘육류’에 삽입한 마네의 ‘정물: 소고기 조각’(1864년). ‘리히텐슈타인의 소고기 구이’ 조리법을 병기했다. 디자인하우스 제공
미술은 언제나 요리 곁에 있다. 책 서문 앞에 제시된 첫 그림인 세잔의 ‘생강 단지와 가지가 있는 정물’(1894년)은 10대 때 동네 미술학원에 놓여 있던 사과접시를 떠올리게 한다. 표현의 대상물로 삼기에 미술이 요리 곁에 있다는 소리는 아니다. 재료의 특성을 어느 정도 세심히 파악했느냐에 따라 결과물의 완성도가 달라진다는 점, 소비 주체가 개별적으로 축적한 경험의 폭과 깊이에 따라 반응의 양태가 천양지차로 갈린다는 점에서, 미술과 요리는 닮았다.
서문을 뛰어넘고 중간부터 읽기를 권한다. 표지 이미지는 리히텐슈타인의 ‘파란 생선’(1973년)이다. 네 번째 장 ‘생선’에 다시 삽입한 이 그림 옆에 쓰인 글은 이렇다. “리히텐슈타인의 석쇠에 구운 줄무늬 농어. 10∼12인분. 농어 커다란 것 1마리(2.2∼3.2kg). 비늘을 벗기고 살점을 발라낸다(머리와 꼬리는 남긴다). 신선한 타임 1큰술, 파슬리 가지 5개, 얇게 저민 레몬 3조각, 소금 1큰술, 후추 반큰술, 버터. 생선에 타임 파슬리 레몬 소금 후추 버터를 바른 뒤 석쇠에 올려 중간 불로 양면을 20분간 익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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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택균 기자 so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