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정석 울산과학대 총장
관련 법안이 논의되자 대학교육협의회는 반대를, 전문대학교육협의회는 찬성 의견을 내며 논쟁을 벌이고 있다. 전자는 법안이 통과되면 전문대학의 4년제가 가속화되고 지방의 일반대학이 어려워진다는 점을 반대의 이유로 내세우고 있다. 후자는 전문대의 4년제 학과 신설은 산업수요에 따른 것이고 또 일부 학과에 한정되며 교육부 장관의 인가를 통해 엄격히 관리된다는 점을 찬성 이유로 들고 있다. 하지만 대학 운영의 어려움이나 유불리가 제도 개편의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미래 인재 양성과 관련한 사회적 요구와 그 교육적 성과가 기준이 돼야 한다.
전문대 교육은 산업계가 요구하는 현장직무 기반의 고등직업교육이다. 일반대학의 이론 중심적 학문 위주 교육과는 그 궤를 달리한다. 수많은 혁신적 기술은 연구개발(R&D)과 같이 학술적 연구를 통해 태동하기도 하지만 현장의 직무기술로부터 태어나기도 한다. 자전거 수리 가게를 운영하던 라이트 형제가 비행기를 만든 것은 현장 직무기술에서 출발한 혁신적 기술의 한 예로 볼 수 있다. 학술적 지식은 대체로 대상이나 현상을 기호로 표현해서 발전시켜나가고 현장 직무기술은 오감을 통한 체험과 물리적 상호작용을 거쳐 발전해 기술 혁신과 연결된다. 그러니 전문대학의 교육과정은 현장 직무기반의 교육과정이라는 별도의 교육적 궤도로 봐야 한다. 이 과정을 학생들이 선택할 수 있게 하고 그 교육적 성과를 통해서 기술 혁신과 인재 성장의 폭을 넓히는 것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광고 로드중
현장 직무기술로만 구성된 독일의 중소기업은 이러한 관점에서 우리에게 많은 시사점을 준다. 학문 중심의 교육과정과 직무 중심의 교육과정 중 어느 것을 선택할지는 학생들의 몫이고 졸업 이후에는 기업이 학생을 선택하는 것이다. 전문대학의 수업연한 다양화가 밥그릇 싸움이나 협상의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허정석 울산과학대 총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