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 전망 번번이 빗나가
한국은행 이주열 총재. 뉴시스
1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 소비자 물가상승률은 0.4%로 1999년 7월(0.3%) 이래 15년 8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특히 담뱃값 인상 효과(0.58%포인트)를 제외하면 2월에 이어 두 달 연속 물가가 하락한 것으로, 한국 경제가 디플레이션(경기 침체 속 물가 하락) 초기 단계에 진입했다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 기준금리 인상과 인하 줄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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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한은의 이런 태도는 불과 두세 달 뒤 정반대로 돌아섰다. “이전보다 물가 상승 압력이 약해졌다”면서 금리정책의 방향을 ‘인하’ 쪽으로 완전히 틀었다. 세월호 사건이라는 돌발 변수가 있긴 했어도 한은 안팎에서는 “이 총재가 한은의 잘못된 물가 전망을 근거로 판단하다 취임 초기에 정책 혼선을 빚었다”는 평가가 나왔다.
물가 전망의 오류는 그 후에도 이어졌다. 한은은 작년 7월만 해도 하반기에 2.3%의 물가상승률이 가능하다고 봤지만 실제로는 국제유가 급락의 여파로 상승률이 연말에 0%대까지 떨어졌다. 올해 상승률에 대한 예측 역시 지난해 4월 2.8%, 10월 2.4%, 올 1월 1.9% 등 전망을 수정할 때마다 큰 폭의 내림세를 반복하고 있다. 한은에서 경제전망을 담당하는 조사국은 인원이 100명에 육박(1일 현재 99명)하고 석·박사급 인재가 다수 포함돼 있어 국내 민관 연구기관들을 통틀어 양과 질 양쪽에서 최고, 최대의 조직으로 꼽힌다. 한은의 이런 전망 능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도마에 올랐다. 새누리당 이한구 의원은 “예전에는 한은이 다른 전망기관들에 비해 정확한 편이었는데 요즘엔 가장 못 맞히는 기관으로 전락했다”고 꼬집었다.
○ 한은 총재 “전망 정확도 높여야 신뢰 회복”
한은 전망과 현실의 괴리 문제는 이 총재 역시 매우 심각하게 생각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 총재는 한은의 물가 전망이 자꾸 빗나가는 데 대해 사석(私席)에서 여러 차례 고충을 토로한 것으로 알려졌다. 향후 경기흐름을 보고 선제적인 통화정책을 펴야 하는 한은의 특성상 정확한 경제전망은 조직의 가장 핵심적 기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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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 전망이 자꾸 틀리는 데 대한 해명으로 한은은 최근 국제유가의 급락, 농산물 가격의 변동성 확대 등을 거론한다. 하지만 다른 시각도 만만치 않다. 한은의 한 고위 관계자는 “물가 전망을 높게 잡았다가 계속 낮추는 현상이 반복되면서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않기 위해 일부러 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높게 설정한다는 의심까지 사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지난달 금통위에서 한 금통위원은 “한은이 그동안 지속돼 온 저물가 현상의 근본 배경을 다시 심도 있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하기도 했다. 한편 한은과 정부는 현재 저물가가 저유가 등 공급 요인 때문인 만큼 경기 침체와 물가 하락이 함께 진행되는 디플레이션과는 거리가 멀다고 강조했다.
유재동 jarrett@donga.com / 세종=김준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