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리콴유 國葬]
싱가포르 국부로 존경받는 리콴유(李光耀) 전 총리의 국장(國葬)에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 정상들의 조문 외교가 활발하게 펼쳐졌다.
리 전 총리의 국장은 29일 오후 2시(현지 시간) 싱가포르국립대 문화센터(UCC)에서 엄수됐다. 장례식에는 리 전 총리의 장남인 리셴룽(李顯龍) 현 총리를 비롯한 가족, 토니 탄 대통령 등 국가 주요 인사가 참석했다. 이날 국장은 리 총리와 탄 대통령, 고촉통(吳作棟) 전 총리 등의 조사(弔詞) 낭독과 가족 헌화, 묵념 등의 순으로 진행됐다.
리 총리는 조사에서 “그분을 위해 하늘이 열리고 눈물을 흘렸다. 오랜 기간 싱가포르 국민을 이끈 불빛이 꺼졌다”고 말했다. 호상이라 그런지 조사를 읽는 사람들은 대체로 담담한 표정이었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박 대통령이 행사장 1층 좌측 계단 옆에 있는 조문록에 영어로 이렇게 적었다고 밝혔다.
‘Lee Kuan Yew was a monumental leader of our time. His name will remain forever engraved in the pages of world history. The Korean people join all of Singapore in mourning his loss(리 전 총리는 우리 시대의 위대한 지도자였다. 그의 이름은 세계 역사에 새겨져 영원히 기억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모든 싱가포르 국민들의 애도에 뜻을 같이한다).’
이날 박 대통령은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 테인 세인 미얀마 대통령과 훈 센 캄보디아 총리, 데이비드 존스턴 캐나다 총독, 제리 매터퍼라이 뉴질랜드 총독과도 만나 인사를 나눴다. 박 대통령은 장례식장에서 레우벤 리블린 이스라엘 대통령과 테인 세인 대통령 사이에 앉았다. 옆에 앉은 리블린 대통령과는 15분 동안 대화를 나누기도 했다.
리위안차오(李源潮) 중국 국가부주석도 시진핑(習近平) 주석의 위로의 말을 전했다. 시 주석은 리 전 총리에 대해 “국제사회의 존경을 받은 정치가이자 전략가였다”고 말했다.
이날 장례식에는 모두 23개국이 정부 대표단을 파견했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 토니 애벗 호주 총리,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이고리 슈발로프 러시아 제1부총리, 영국 윌리엄 헤이그 보수당 하원대표 등도 참석했다. 북한은 조문단을 보내지 않았다.
이날 국제 조문단은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넬슨 만델라 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통령의 장례식과 비교하면 규모가 작았다. 2005년 요한 바오로 2세 장례식에는 70여 개국 정상이 참석했고, 2013년 12월 10∼13일 거행된 만델라 전 대통령의 장례식에는 91개국 정상과 10명의 전직 국가수반 등이 참석했다.
싱가포르=이재명 기자 egij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