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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ealth&Beauty]염증성 장 질환,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로 충분히 관리 가능

입력 | 2015-03-25 03:00:00

대한장연구학회 양석균 회장




《 우리나라에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노출돼 소모적인 치료, 민간요법 등을 찾아다니며 시간을 허비하는 경우가 많다. 대한장연구학회는 이 같은 현실을 개선하기 위해 학회 섭외홍보위원장인 정성애 교수(이대목동병원 소화기내과 교수) 주도 하에 크론병, 궤양성 대장염 등 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장질환에 대한 정보를 담아 ‘나의 염증성 장질환 극복 여정기’를 발간했다. 이 책은 환자의 실제 사례에 기반해 재구성한 스토리를 중심으로, 염증성 장질환의 증상, 약물수술치료, 식이요법, 일상생활까지 환자가 질환으로 인해 겪게 되는 여정을 따라가며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동아일보는 대한장연구학회의 양석균 회장(서울아산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사진)을 만나 책에 소개된 염증성 장 질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다음은 양 회장과의 일문일답. 》

―염증성 장 질환이란 무엇인가.

염증성 장 질환은 소화기관에 생기는 만성 염증성 질환이다. 젊은 연령의 서양인들에게서 많이 나타나는 병이지만, 최근엔 우리나라에서도 환자 발생률이 높아지고 있다. 병의 정확한 원인은 알려져 있지 않다. 한번 발병하면 잘 낫지 않고 끊임없이 증상이 나빠졌다 좋아졌다를 반복해 희귀난치성 질환으로 꼽힌다.

염증성 장 질환은 유대인과 코케이지언 등 백인에 많고, 동양인에게선 상대적으로 드문 병이었다. 미국의 경우 약 140만 명의 염증성 장 질환 환자가 있고, 이는 전체 인구의 0.4∼0.5% 정도를 차지한다. 하지만 최근 생활환경이 선진화, 서구화되면서 우리나라와 일본을 비롯한 아시아지역에서도 발생률이 계속 높아지고 있는 추세다.

―염증성 질환 중 하나인 크론병과 궤양성 대장염의 차이는….

두 질환의 증상과 경과 및 치료 방법 등은 비슷하지만 궤양성 대장염은 대장에 국한되어 염증, 얕은 궤양이 연속되어 나타나는 특징이 있고 크론병은 염증이 위장관 어디에나 생길 수 있으며 장벽 전체에 깊게 생기는 특징이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주된 증상은 설사, 복통, 식욕 감퇴 등이다. 증상을 서서히 느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급속하게 나타나는 경우도 많다. 주로 15세 이상의 사람에게서 나타나는데 20∼30대에 많이 나타나는 편이고, 노년이 되어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특히 청소년기에 이 병에 걸린 환자의 경우, 신체발달이 또래에 비해서 늦어질 수 있다.

―염증성 장 질환의 원인은….

염증성 장 질환의 정확한 발병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유전, 환경, 비정상적 면역계 반응, 장내 세균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발생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흔히 위생상태가 좋아지면 발병률이 낮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이는 착각이다. 위생상태가 좋아지고 항생제나 백신을 사용하는 등 생활양식이 청결해지면서 오히려 장내 면역력이 떨어져 질병이 증가할 수 있다. 가족 중에 염증성 장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이 있으면 발생 위험이 높아지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전염되지는 않는다.

―어떤 증상들이 있는가.

염증성 장 질환의 주요 증상은 원인이 분명하지 않은 장염으로 인한 복통, 설사, 혈변, 체중 감소 등으로 염증의 침범 부위와 정도에 따라 증상이 다양하게 나타날 수 있다. 이외에도 탈수, 빈혈, 열, 식욕 감퇴 등 증상이 매우 다양하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어렵고 병원을 전전하거나 여러 증상이 진행되고 나서 진단되는 경우가 많다.

염증성 장 질환은 질환에 대한 인지도가 낮아 환자의 절반 정도는 증상이 나타난 지 6개월이 지난 뒤에야 병원을 찾는다. 특히 10대의 경우 설사, 복통을 주변 사람이 꾀병이나 학업 스트레스 등으로 인한 증상으로 오인하고 가볍게 여기다 뒤늦게 병원을 찾는 사례가 있는 것으로 나타나 부모의 세심한 관심이 요구된다.

―진단과 치료는 어떻게 이뤄지는가.

염증성 장 질환은 한 가지 방법으로 정확한 진단을 내릴 수 없으므로 여러 검사를 병행해야 한다. 환자의 병력을 자세히 듣고 진찰을 한 후 혈액검사와 더불어 대장 X선 촬영 혹은 대장 내시경 검사를 통해 항문과 직장 및 대장 내부를 검사한다. 크론병의 경우 소장의 X선 검사도 해봐야 한다.

만성질환인 염증성 장질환은 완치는 어렵지만 고혈압이나 당뇨병과 같이 적절히 치료하고 관리할 수 있다. 치료에는 약물요법과 수술요법이 쓰이는데 일반적으로 약물요법이 우선이다. 치료에 사용되는 약제로는 5-아미노살리실란(5-ASA)계통의 약물, 코르티코스테로이드 제제, 생물학적 제제 등이 있으며, 환자의 상태에 따라 면역억제제, 항생제 등도 쓰인다.

―대한장연구학회가 염증성 장질환 환자들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해오신 것으로 알고 있다. 대표적인 활동을 소개해 주신다면….

대한장연구학회는 그간 장 질환 연구에 매진하고 환자들의 건강한 삶을 위해 필요한 의학 정보와 치료법을 제공해왔다. 매년 학술 심포지엄, 워크숍, 학술대회 등을 개최해 장 질환 연구 성과를 공유하고, 대장암 홍보 캠페인을 비롯한 건강 캠페인도 전개 중이다. 또 환우회와 같은 장 질환 환자들의 동호회나 모임 등을 통해 환자들과 적극적으로 교류하면서 환자들의 질환에 대한 이해를 돕고 치료 방법을 알리고 있다.

김수연 기자 sy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