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남은 총리, 차남은 국영기업 사장, 큰며느리는 국부펀드 최고경영자(CEO)….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의 타계로 싱가포르를 좌지우지하는 그의 가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리 전 총리는 부인 콰걱추 여사(2010년 작고)와의 사이에서 2남 1녀를 뒀다. 이들은 현재 요직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장남 리센룽 현 총리(63)는 2004년 8월부터 11년째 총리로 재직하고 있다. 7세 때 아버지가 총리에 등극하는 모습을 본 그는 어렸을 때부터 엄격한 후계자 교육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영국 케임브리지대 트리니티칼리지에서 수학과 컴퓨터공학을, 미국 하버드대 케네디스쿨에서 행정학을 전공했다. 영어 중국어 말레이어 러시아어 등 여러 언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해 국제 감각도 뛰어나다는 평이다.
그의 능력을 높이 산 리콴유 전 총리 후임자 고촉통 전 총리가 부친인 리 전 총리보다 더 적극적으로 “아들을 차기 총리로 만들어야 한다”고 추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리 총리의 개인사는 곡절이 많다. 의사인 첫 번째 부인과의 사이에 1남 1녀를 뒀지만 부인이 아들 출산 후 3주 만에 심장질환으로 사망했고 이때 태어난 아들(33)은 백색증(알비노)을 앓고 있다. 리 총리 본인도 1990년대 초 림프암으로 투병했다.
1985년 미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금융인 호칭(62)과 재혼한 그는 호칭과의 사이에 두 아들을 뒀다. 호칭은 남편이 총리에 오른 2004년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홀딩스의 최고경영자(CEO)가 됐다. 1974년 설립된 테마섹은 자산규모만 약 195조 원에 달하는 세계적 국부펀드로 우수한 운용실적을 자랑해 세계 각국 국부펀드의 모델로 군림하고 있다. 2005년 한국도 테마섹을 본 따 한국투자공사(KIC)를 설립했다.
지난해 미 금융전문지 포브스는 호칭을 ‘세계 59위의 영향력 있는 여성’으로 뽑았다. 지난해 5월 테마섹 임원들과 내한한 그는 청와대에서 박근혜 대통령과도 만났다. 차남 리센양(58)은 싱가포르 창이국제공항을 운영하는 공기업인 싱가포르 민간항공국(CAAS)의 이사회 의장이기도 하다. 그 역시 영국 케임브리지대와 미국 스탠퍼드대를 졸업한 엘리트다. 그는 1995년부터 2007년까지 싱가포르 최대 통신회사인 싱가포르텔레콤의 CEO를 지냈고, 2009년 CAAS로 적을 옮겼다.
하정민기자 dew@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