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선
전영미(1978~ )
돌은 돌의 말을 하고
나무는 나무의 말을 하고
바람은 바람의 말을 한다
당신은 당신의 말만 하고
나는 내 말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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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을 향하던 내 말은
당신에게 가기도 전에 뒤섞이고 만다
서로의 말은
한 번도 서로의 말인 적이 없다
당신의 말은 당신의 것
우리는
영원히
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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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당신의 말만 하고/나는 내 말만 한다’, 말의 주체는 자기를 표현할 뿐이지 다른 사람과 의사소통할 의사가 없다. 상대의 말에 결코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 말만 하는 인터넷 논객들처럼 말이다. 서로 벽에 대고 말하는 것 같은 그들! 무상급식에 관한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와 홍준표 경남 도지사의 대화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언어의 소통 욕망보다 표현 욕망이 훨씬 강할 때, ‘우리는/영원히/서로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다’. ‘당신’은 화자의 정인(情人)일 수도 있고 세상 일반일 수도 있겠지. 이 상황을 화자는 절망적으로, 일면 초연히 받아들인다. 메시지가 명료한 시다.
황인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