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3월 22일 일요일 맑음. 목, 숨. #150 Songhoy Blues ‘Soubour’(2013년)
캐나다 록 밴드 러쉬의 노래 ‘2112’(1976년)는 음악판 ‘1984’(조지 오웰)다. SF영화처럼 스토리를 갖고 전개되는 이 20분 33초짜리 대곡은 ‘시링크스(Syrinx) 사원의 사제들’이라 불리는 소수의 지성에 의해 출판, 음악, 미술이 엄격히 통제되는 2112년 미래 사회를 그렸다. ‘사원’의 음악 말고 다른 음악을 만드는 것은 금지돼 있는 곳.
노래 속 주인공은 버려진 동굴에서 우연히 이전 세대의 유물인 낡은 전기기타를 발견한다. 전율한 주인공이 기타를 들고 시링크스의 사제들을 찾아가는 부분은 명장면이다. 게디 리의 절창은 보물을 발견한 순수한 젊은이, 분노에 찬 노회한 사제를 오가며 능란하게 1인 2역한다.
‘그들은 우릴 먼저 죽여야 할 것이다(They Will Have to Kill Us First)’
올해 SXSW 필름 페스티벌에서 처음 공개된 이 섬뜩한 제목의 영화를 20일 오후 미국 오스틴에서 봤다. 탄압을 피해 고향을 등졌지만 음악만은 버릴 수 없었던 이들의 이야기다. 밴드 송호이 블루스 멤버들이 니제르 강변에서 석양을 등지고 망향의 노래 ‘바바 후’를 연주하는 장면에 먹먹해졌다.
그들은 이날 밤 거짓말처럼 오스틴 시내 클럽 ‘패리쉬’ 무대에 섰다. 서구식 블루스에 말리 전통을 가미한 그들 노래는 우리 토속민요와도 닮았다. 밭일하며 부르고 받던 그 노동요. 흥겹지만 애달픈 노래. 블루스의 고장 텍사스 심장부에 그들의 블루스가 진하게 풀렸다.
“저희 데뷔앨범 ‘망명의 음악’(Music in Exile)이 나왔습니다!! 말리 음악 좋나요?!!!”
보컬 가르바 투레는 하얀 이를 드러내고 춤추며 노래했다. 그가 부르는 말리어 가사가 무슨 뜻인지 알 길이 없었지만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처럼 보였다. 활짝 웃는 그 얼굴 아래로 자막이 어른거렸다.
“음악을 죽이려면, 우릴 먼저 죽여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