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연준 성명’ 한국시장 영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18일(현지 시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자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금융시장이 금리인상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뜻으로 해석해 안도랠리를 보였다. 세계 경제에 막대한 영향을 미치는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다른 나라들도 급격한 외화 유출을 막기 위해 금리인상을 고려할 수밖에 없어 금융시장 혼란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당초 6월경으로 예상됐던 미국 금리인상 시기는 연준의 발표 이후 9월 이후로 늦춰질 것이라는 예측으로 바뀌었다. 이에 따라 한국도 현재의 저금리 기조를 더 오래 유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이날 코스피는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고 원-달러 환율은 급락했다.
○ 미국, 금리인상 서두르지 않을 듯
미국의 경제 성장세에 대해 지난해 12월 “꾸준하게 확장돼 왔다”고 밝혔던 연준은 이날은 “다소 누그러졌다”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전 세계적으로 자국 통화가치를 떨어뜨리기 위한 환율전쟁이 벌어지면서 달러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는 점도 연준에 부담으로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리를 높이면 화폐가치는 더 올라간다. 달러화 강세는 미국 기업의 실적을 악화시키고 수출경쟁력을 떨어뜨린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연준 위원들의 올해 말 기준금리 전망치 평균은 0.625%로 지난해 12월 예상치(1.125%)보다 크게 떨어졌다.
○ 국내 금융시장 안도, 증시도 상승
한국은행도 당분간 저금리 기조를 유지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미국이 금리인상에 나선다면 한은 역시 기준금리 인상 타이밍을 두고 딜레마에 빠질 수밖에 없었을 텐데 연준의 이번 성명으로 그런 고민에서 벗어나 시간을 벌었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한은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해 실물경기를 더 살려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오정근 건국대 교수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에 한은이 기준금리를 4월이나 5월에 한 번 더 낮춰서 기초체력을 다지는 것도 한 방법”이라고 전했다.
미국의 속도 조절로 시간을 벌었을 때 한국 경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미국 금리인상에의 대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 선임연구위원은 “과거의 예를 보면 미국은 처음 금리를 올릴 때는 매우 신중하지만 한번 올리기 시작하면 계속해서 올리는 경향이 있다”며 “금리가 높아졌을 때에 대비해 가계부채 문제에 대한 확고한 대책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현 서울시립대 교수는 “4000억 달러까지는 보유하고 있어야 외화가 빠져나가는 상황에 대비할 수 있다”며 “외환보유액을 조금 더 늘려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한국 금융시장은 안도하는 모습을 보였다. 코스피는 장중에 연중 최고치인 2,040 선까지 돌파했다가 오후 들어 소폭 조정되면서 전날보다 9.44포인트(0.47%) 오른 2,037.89로 거래를 마쳤다. 코스피가 2,040 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해 9월 25일(장중 2,046.26) 이후 6개월 만이다. 홍콩 증시가 1% 이상 올랐고 중국 상하이(0.14%), 대만(0.86%)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동반 상승세를 보였다. 원-달러 환율은 12.7원 내린 1117.2원에 거래를 마쳤다.
장윤정 yunjung@donga.com·신민기·정임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