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자철. 스포츠동아DB
獨 안착 도와준 친정팀 아우크스에 대한 예의
벤 하티라 ‘스파이더맨 가면’ 세리머니도 화제
2014∼2015시즌 독일 분데스리가도 팀당 9경기밖에 남지 않았다. 시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초점은 바이에른 뮌헨이 몇 라운드에서 우승을 확정할지, 매 시즌 중하위권을 맴돌던 묀헨글라드바흐와 아우크스부르크는 유럽클럽대항전에 진출할 수 있을지, 2부리그 강등팀은 어디가 될지에 맞춰져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주말 열린 25라운드는 경기결과 만큼이나 특별한 세리머니들로 화제를 모았다. 구자철(마인츠·사진)과 아니스 벤 하티라(헤르타 베를린)가 주인공이었다. 아우크스부르크 원정경기에 나선 구자철은 전반 21분 교체로 투입돼 후반 44분 상대 수비수를 제치고 왼발 슛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이 골로 마인츠는 2-0 승리를 거뒀다. 구자철에게는 7개월만의 골이었다. 기쁜 마음을 화려한 세리머니로 표현할 수도 있었지만, 구자철은 침묵을 지켰다. 친정팀에 대한 일종의 예의였다.
구자철 못지않게 화제의 중심이 된 선수는 ‘스파이더맨’ 세리머니를 펼친 벤 하티라였다. 그는 샬케04와의 홈경기에 선발출전해 전반 21분 골을 뽑았다. 득점 후 벤치 쪽으로 달려간 벤 하티라는 팀 관계자에게서 스파이더맨 가면을 받아 착용했다. 암으로 투병중인 여덟 살 소년 야닉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평소에도 야닉이 입원한 병원을 주기적으로 찾아 우정을 이어가던 벤 하티라는 골을 넣으면 스파이더맨 가면을 쓰기로 약속했고, 야닉이 직접 관전한 샬케전에서 약속을 지켰다. 이 세리머니로 규정에 따라 경고를 받았지만, 감동을 주기에는 충분했다. 경기 후에는 야닉을 불러 함께 운동장 안을 걸으며 잊을 수 없는 추억을 선사했다.
한편 지난달에는 도르트문트 공격수 피에르 아우바메양이 앙숙 샬케04와의 라이벌전에서 골을 터트린 뒤 팀 동료 마르코 로이스와 함께 배트맨&로빈 가면을 쓰고 세리머니를 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도르트문트 구단은 곧바로 배트맨&로빈 가면 세트를 구단상품으로 출시해 큰 판매수익을 냈다.
최근 개막한 K리그도 시즌 초반 관중몰이에 성공하며 매 라운드 이슈를 만들고 있다. 분데스리가처럼 선수들의 의미 있는 세리머니도 이어진다면 더욱 볼거리 풍성한 K리그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