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만에 안방으로 찾아온 채시라가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시청자 반응은 그야말로 ‘착하다’. 사진제공|KBS
■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채시라
허점많은 사고뭉치 엄마 김현숙 역
탁 트인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느낌
망가진 모습으로 색다른 변신 짜릿
난 마녀 엄마…아이 교육 힘들어요
2012년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 이후 2년 넘게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 지냈다. 그 긴 공백의 잠에서 깨어나게 해 준 한 권의 드라마 대본이었다.
“아! 내가 배우였구나.”
극중 김현숙은 고교 시절 퇴학을 당하고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사고뭉치 엄마다. 채시라는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늘 하나씩은 놓치고, 음식을 할 때도 벌려 놓기만 할 뿐 정작 요리는 몇 시간이 걸려야 완성하는 실제 내 모습”과 조금을 닮았다며 웃는다.
뽀글뽀글한 웨이브 머리에 얼룩덜룩 번진 화장 등 허점투성이로 변신한 채시라의 변신이 반가운 듯 시청자 분위기도 호평 일색이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킬미, 힐미’의 인기를 잠재우고 시청률 1위에 올려놓았을 정도다. 채시라는 “그동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내가 망가지니 시청자가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색다른 변화가 짜릿하다”고 말했다.
10대 때는 ‘책받침 모델’로 불린 ‘하이틴스타’로, 20대에는 최진실, 김희애와 함께 안방극장을 주름잡은 트로이카의 한 사람으로, 30대를 보내면서는 여러 사극에서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린 채시라는 이제 또 한 번 동시대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채시라는 “그동안 절제된 캐릭터 연기를 했다면 김현숙은 탁 트인 곳에서 뛰어노는 느낌이다. 김인영 작가가 운동장을 마련해줬다. 데뷔 이후 내 인생에도 결혼과 출산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 삶의 흔적이 연기를 훨씬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자 채시라. 동아닷컴DB
어느덧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50세를 마주하며 지극히 소시민적인 주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그는 배우로서, 또 엄마로서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집에서는 김현숙보다 훨씬 형편없다고 웃으며 “엄마 채시라에게 무릎이 툭 튀어나온 바지는 기본이다.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마음 비우기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일관성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천사 엄마, 안 좋으면 마녀가 돼버린다. 아이들과 줄다리기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가능성이 무한한 후배들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고민이 됐다.
“지금도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하는 것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역할도 순리대로 주어지지 않을까. 순리는 무시할 수 없는 거니까. 다만 지금의 김혜자, 장미희 선배처럼 순리를 받아들이되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트위터 @ricky337